최근 몇주새 짐 쌓아두고 생활… 통로까지 막아 시민들 큰 불편
市 “관리구역 밖” 강제이전 미적
6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을 나와 4번 출구로 향하던 김현자 씨(62·여)는 눈살을 찌푸렸다. 출구 바로 앞 지하복도의 양옆 벽 손잡이 부근에 종이상자 스티로폼상자 비닐봉지는 물론 여행가방 등이 잔뜩 쌓여 있었다. 이들 짐 일부는 복도 가운데 깔린 시각장애인용 점자보도블록까지 뻗쳐 있었다. 그 사이에서는 장판을 깔고 누운 노숙인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해 손잡이를 잡고 걸어야 하는 시민이 이곳을 지난다면 영락없이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방해하고 대낮부터 노숙인이 누워 있어 보기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시청역 4번 출구는 서울시청 후문과 지하 시민청으로 이어져 서울시 공무원이나 서울시청을 찾는 민원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대부분 지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최근 몇 달 4번 출구 앞 지하 공간 일부는 노숙인과 그들의 짐이 점유했다. 서울시는 시민청과 그 주변에서 밤을 지내던 노숙인들이 시의 제지로 쫓겨나자 이곳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노숙인들은 낮에는 짐들을 이곳에 놓고 돌아다니다가 밤이 되면 다시 돌아와 잠을 잔다.
시는 노숙인들에게 짐을 치우라고 얘기한 뒤 이곳 벽 서너 군데에 ‘적치물을 5월 20일까지 치우시기 바랍니다. 5월 21일 오후에 강제 이동시키겠습니다’라는 시 총무과 명의의 경고문을 붙였다.
하지만 짐을 치우겠다고 경고한 날짜가 2주 넘게 지난 6일 오후까지도 짐은 그대로 있었다. 이날 오후 이곳에서 잠자던 노숙인은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거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방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짐을 치우면 되지만 이 공간의 관할 여부가 애매해 시나 시청역에서 선뜻 손쓰기도 쉽지 않다. 시는 노숙인들에게 경고는 했지만 시가 관리하는 구역이 아니어서 강제로 짐을 치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리구역은 시청역 4번 출구의 내부(지하)와 외부(지상)를 가르는 셔터가 내려오는 지점을 기준으로 시청 방향 공간이다. 그런데 노숙인들의 짐은 관리구역 바깥인 지하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시청역 관계자도 “해당 구역은 역 관할이 아니어서 역무원이 짐을 치우거나 노숙인을 내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구 역시 시청역 지하통로는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미관상 문제도 있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어 조만간 시청역과 중구에 도움을 요청해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기관이 관할을 누가 하는지 따지는 사이 불쾌함과 불편함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짊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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