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 가족엔 활동 지원금 안줘… 일부선 부모끼리 맞바꿔 돌보기도
“내 아이 내가 잘 아는데… 한숨
“가족 대신 정부가 책임져야”… “돈만 챙기는 도덕적 해이 우려”
장애인단체 안에서도 찬반 갈려
경남 창원시에 사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정모 씨(36)는 1급 중증장애 아들(7)을 두고 있다. 정 씨는 혼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들을 눕혀 두고 다른 지체장애 아동을 돌보러 매일 아침 아파트 옆 동으로 출근한다. 그 시간 정 씨의 아들은 다른 활동지원사가 돌본다.
장애 아동 부모들이 이렇게 ‘교차 돌봄’을 하는 이유는 장애가 있는 직계가족을 돌보는 활동지원사에게는 정부가 급여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계에 꼭 필요한 급여를 받기 위해 다른 장애 아동을 돌보는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 아동은 활동지원사가 맡기를 꺼린다. 이런 아동을 둔 부모 입장에선 아이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자신이 직접 아이를 돌보며 정부 지원을 받기를 원하지만 정부는 부정수급 등을 우려해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정 씨는 “아이가 갑자기 숨을 못 쉬면 산소통을 연결해줘야 하고, 가래도 정기적으로 빼 줘야 한다”며 “부모에게도 힘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뇌병변 1급 아들(15)을 둔 유모 씨(42)는 “아이를 제때 먹이고 다치지 않게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배변 교육과 사회성 교육을 해야 하는데, 활동지원사에게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증장애 가족을 둔 활동지원사를 중심으로 직계가족을 돌보더라도 활동지원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급여 지급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와 6일 현재 1만1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중증장애 가족이 있는 활동지원사들은 “아동수당이나 보육수당 등의 형태로 이미 가족 간 돌봄에 국가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장애인 지원만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은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돌봄은 가족이 아닌 정부와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활동지원사의 급여를 높여 언제 어디서든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또 장애인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돈만 챙기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1년 도입된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1∼3등급 장애인(약 65만 명)의 식사나 목욕, 외출을 돕고 1시간에 1만2960원의 급여를 받는다. 올 3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7만648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활동지원 급여로 총 1조1630억 원의 정부 예산이 사용됐다.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으면 급여의 6∼15%를 장애 가족들이 부담한다.
전문가들은 각 가정의 사정이 다른 만큼 장애인을 둔 가정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선진국에선 지원금을 주고 장애인 가족이 직접 돌볼지 선택하도록 한다”며 “가족 돌봄을 허용하는 대신 장애인의 건강이나 위생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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