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종헌 “검사같은 재판장” 106쪽 조목조목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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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기피 사유서 제출… “유죄 예단 갖고 증인 추궁”

“재판장이 마치 검사처럼 공소사실 입증에 나섰다.”

사법행정권 남용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사진)의 변호인단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에 이 같은 내용의 기피사유서를 제출했다. 기피 사유서는 A4 106쪽 분량이다.

임 전 차장 측은 기피 사유서를 통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 △공판기일 및 증인신문기일 지정 △증인신문 등이 불공평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기피 신청은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에 대한 것으로 배석판사 2명은 기피 신청 대상이 아니다.

임 전 차장 변호인단은 기피 사유서에서 “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가 피고인의 인신 구속까지 전례가 없는 자의적 방식으로 농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재판장의 객관적 양식을 믿어보자는 피고인을 강하게 설득해 기피 신청을 하게 됐다”고 적었다.

임 전 차장 변호인단은 윤 부장판사가 지난달 13일 임 전 차장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그 사유와 범위를 밝히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또 무리하게 주 2회 이상 재판을 진행하고 하루에 6, 7명을 증인 신문하도록 해 임 전 차장의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기피 사유서에서 “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어떻게든 구속 만기까지 심리를 끝내서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하겠다는 예단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기피 사유서에 증인 9명의 신문 과정을 예로 들며 “윤 부장판사는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사람이 마치 검사처럼 증인을 추궁해 증언을 번복시켰다”고 썼다. 이어 “화풀이하듯이 증인을 신문하거나 ‘네 죄를 네가 알렷다’는 태도로 증인에게 진술을 강요했다”며 “그의 질문은 모두 ‘피고인은 유죄’라는 방향성을 갖는 질문뿐”이라고도 했다.

기피 신청을 받은 재판부는 재판 지연을 위한 기피 신청이라는 점이 명백하면 이를 기각할 수 있다. 기각하지 않으면 다른 재판부로 사건이 배당돼 기피 신청의 수용 여부를 판단한다. 그 사이 임 전 차장의 본안 사건 재판은 정지된다. 윤 부장판사는 이르면 7일 임 전 차장의 기피 신청이 재판 지연 목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
#임종헌#재판부 기피 사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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