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승대)가 올 2월 14일 부산 동구의 부산항운노조 사무실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2005∼2010년 4차례 항운노조의 채용 비리를 수사한 검찰이 9년 만에 5번째 수사에 착수했던 것이다. 넉 달 뒤 검찰은 전 항운노조 위원장 2명을 포함한 31명을 10일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항만 인력 공급의 진화된 문제점을 이번 수사로 적발했다”고 말했다.
○ 신항 전환 배치 대가로 금품수수
부산신항은 2010년 3월 문을 열었다. 노조원들은 부산북항보다 여건이 더 좋은 신항에서 일하기를 원했다. 검찰은 북항에서 신항으로 전환 배치된 조합원 400여 명 중 25%가량이 자격이 없는 ‘가공 조합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2013년 5월∼올해 5월 노조 위원장으로 재직한 김모 씨(53) 등 노조 간부 4명이 주도했다. 이들은 노조 간부의 친인척이나 지인 등 135명을 조합원인 것처럼 허위로 등록했고, 이 중 105명을 노조 가입 경력 1년 이상의 정상 조합원인 것처럼 신항 업체에 추천해 취업시켰다.
2005년 이후 검찰이 항운노조의 북항 채용 비리 등을 대대적으로 수사하자 신항에 대해서는 항운노조가 채용권 대신 추천권을 갖게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런 수법으로 노조 내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뒤에선 사측으로부터 잇속을 챙겼다. 그는 노사 교섭 당시 사측 입장을 반영해 주는 대가로 보험설계사인 자신의 아내를 통해 회사 소속 조합원 348명의 연금보험을 단체 가입시켰다. 이 부부가 챙긴 보험 영업 수당만 4000여만 원이었다. ○ 수감 중에도 채용 대가 금품수수
2009년 1월∼2010년 5월 항운노조 위원장을 지낸 이모 씨(71)는 2010년 채용 비리로 구속 수감된 뒤 징역 3년을 확정 받고 복역했다. 이 전 위원장은 교도소 수감 중에도 동료 수형자의 아들 취업 대가로 1000만 원을 받는 등 취업 청탁 대가로 세 차례에 걸쳐 5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인 아들의 반장 승진 대가로 4000만 원을 받는 등 조장 및 반장 승진 청탁 명목으로 8회에 걸쳐 2억98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이 전 위원장의 지인인 국가인권위원회 이모 팀장(55)은 2015년 지인의 노조 조장 승진 청탁 대가로 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2년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이 전 위원장의 가석방 및 특별면회 등 수감생활 편의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이 전 위원장 측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번 수사로 청탁 비리를 모두 26건 적발했으며, 노조 간부 14명이 총 10억 원을 받아 챙겼다고 밝혔다. ○ 노조의 ‘삼각 커넥션’도 적발
항운노조는 2014년부터 일용직을 터미널 운영사 등에 공급하며 이들의 노무관리를 A사가 대행하도록 했다. A사는 항운노조 지부장의 친형이 실소유주다. 노조가 터미널 운영사에 필요한 일용직 공급을 A사가 독점할 수 있도록 하자 A사는 설립 2년 만에 연매출 200억 원대 업체로 급성장했다. A사 대표(57)는 일용직 공급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터미널 운영사 2곳의 대표, 임원 등 3명에게 약 7억 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위원장은 터미널 운영사로부터 임금 협상에 협조해 주는 대가로 1500만 원 상당을 받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삼각 커넥션이 정상적인 항만 인력 수급 과정을 왜곡시키고 각종 비리를 양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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