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죽음 중 절반이 자살…자살률 3년째 안 줄어
취업 독립 결혼…20대에 주어진 과업이 생애 가장 힘든 성취
지난 2월23일 경남 거제시 한 펜션에서 20대 남성 3명이 숨진채 발견됐다. 현장서는 “먼저 간다”는 짧은 메모만 발견됐다. 유족들은 평소 이들이 신변을 비관해 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에는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한 20대 여성이 삶이 힘들다며 극단적 선택 시도하기도 했다.
자살예방법이 제정된 2011년 이후 우리나라 자살률은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지만 유독 20대 자살률은 줄지 않고 있다. 아직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못한 이들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 전체 자살자의 직업 분류에서도 학생·가사·무직이 절반 넘었다.
전문가들은 20대가 청년 실업 등 사회적 무게감과 경제적 빈곤 등이 결합돼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1만2463명으로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4.3명이었다.
이는 2016년 대비 1.3명(5.1%) 감소한 수치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감소 추세를 보였다. 60대는 2016년 34.6명에서 2017년 30.2명으로, 70대는 54.0명에서 48.8명으로 감소했다.
30대도 24.6명에서 24.5명, 10대도 4.9명에서 4.7명으로 소폭이나마 감소했으나 20대는 줄지 않았다. 20대 자살률은 2013년 18.0명에서 2014년 17.8명으로, 2015년 16.4명으로 소폭 감소해 왔으나 2015년부터 내리 3년 동안 16.4명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오히려 절대 수치는 늘어가는 상황이다. 2015년 1087명이던 20대 자살자 수는 2016년 1097명, 2017년은 1106으로 늘었다. 특히 60대의 자살률은 2016년 34.6명에서 2017년 30.2명으로 두드러지게 감소하는 등 노령층의 자살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 대비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해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노인층의 자살 같은 경우, 정부에서 자살 수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든지 각종 예방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20대에 대해서는 관련 정책이 다소 부족한 편”이라며 “생애주기가 바뀌는 시기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청년 실업 등 사회적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고양시자살예방센터장이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선영 교수는 “개인의 자살은 특정 사건이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한 사회의 자살률은 그 자체로 사회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해당 나이 때에 살기 힘든 사회이기 때문에 그 나이대의 자살률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절벽이라는 어려운 현실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불안한 미래가 20대 자살률을 견인하고 있다는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청년 실업률은 2010년 7.7%에서 2017년 9.9%까지 올랐다.
20대는 자해·자살 시도자 응급실 내원자 수도 5942명(21%)으로 세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아울러 20대의 자해·자살시도자 수는 2016년 5280명에서 2017년 5942명으로 662명 증가했다.
20대의 사망원인 1위도 자살이었다. 10대 미만과 40대 이상의 사망원인 1위가 모두 암인 것과 비교했을 때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10대와 30대의 사망 원인 1위도 자살이었지만 연령대별 전체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에서 20대는 압도적으로 높았다. 10∼19세는 30.9%, 20∼29세 44.8%, 30∼39세 36.9%였다. 즉, 10대와 30대 사망자 3명 중 1명이 자살자이며, 20대는 약 2명 중 1명이 자살했다는 의미다.
20대 자살자의 동기를 살펴보면 정신적 및 정신과적 문제가 40.1%로 가장 높았고 2위는 경제생활문제가 22.0%로 차지했다.
신은정 부센터장은 “지금의 20대는 부모 세대보다 소득이 적은 세대로 여러 사회적 압박과 경제적 어려움을 동시에 받는 세대”라며 “아울러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으로 치료의 문턱이 여전히 높은 상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선영 교수도 “나이대 마다 이루고자 하는 과업이 있는데 특히 최근 상황에서는 20가 사회에서 목표를 성취하기 가장 어려운 때”라며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실업에 따른 경제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문제의 대책 중 하나로 단기적 지원보다는 젊은층이 심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장기적 지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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