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학원 분석…수시 불리 교육환경이 재수 비율 높여
반대로 영재·과학고는 1명꼴…의대 진학 고려하는 듯
올해 광역단위 자율형사립고 졸업생 10명 중 4명 이상이 재수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단위 자사고 졸업생도 30% 이상이 대학 진학을 1년 미뤘다. 현재 대학입시가 내신을 중시하는 수시모집 중심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우수학생이 많아 내신경쟁이 치열한 자사고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거두지 못한 학생들이 재수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대부분 수시전형으로 진학하는 영재고·과학고에서는 10명 중 1명만 재수를 택해 대비됐다. 이 학교 유형 출신 재수생들은 이공계열 대신 의대행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2019년 고교 유형별 대학진학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3개 광역단위 자사고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57.5%로 전체 고교 유형 중 가장 낮았다. 기타 비율은 42.2%, 취업률은 0.8%다.
기타 비율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않은 고교 졸업생 비율로 사실상 재수생 비율이다. 따라서 광역단위 자사고 졸업생의 재수 비율이 전체 고교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셈이다. 광역단위 자사고는 지역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를 말한다. 이어 전국단위 자사고(10곳)와 국제고(8곳)의 기타 비율이 각각 32.1%, 28.9%로 뒤를 이었다.
전체 선발인원의 약 77%를 수시전형으로 뽑는 현 대입제도와 학생 특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수시전형의 핵심 평가요소는 내신성적이다. 우수학생이 많은 자사고·국제고는 내신경쟁이 치열해 수시를 통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쉽지 않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자사고 등에는 명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구성원 특성상 원하는 진학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따라서 재수를 택한 뒤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전형에 응시해 희망 대학을 노리는 경향이 나타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우수학생이 몰리는 영재고·과학고(총 26곳)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대학진학률은 89.3%로 전체 고교 유형 가운데 가장 높았다. 기타 비율(10.7%)은 체육고(9.6%)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영재고·과학고는 우수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고교 유형인 만큼 이공계열 최상위권 대학들이 이 학교 출신들을 대거 선발하는 덕분으로 풀이된다. 또 해당 계열의 높은 수시전형 비율도 한몫했다.
영재고·과학고에서 재수를 택한 졸업생들은 의대 진학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학교 학칙에는 ‘의학계열 진학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의대 지원시 학교장 추천서 미제공 등이 있다. 대부분 수시전형으로 진학하는 영재고·과학고 학생들은 불리할 수 있다. 이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재수를 통해 의대 진학을 노리는 것이다.
전체 고교 유형의 기타 비율 평균은 21.6%다. 평균을 밑돈 고교 유형은 영재고·과학고와 함께 일반고(21.0%), 자율형공립고(21.4%), 체육고뿐이다.
서울 강남 소재 학교들의 재수생 비율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비율이 53.1%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지역 올해 고교 졸업생 2명 중 1명은 재수를 택한 셈이다. 또 18개 고교 중 13개 고교의 대학진학률이 50%를 밑돌았다. 강남에 있으며 광역단위 자사고인 휘문고는 대학진학률이 36.1%로 종합고(일반고+특성화고)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오 이사는 “고등학교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하고 이들이 치를 2020학년도 이후부터 정시전형 선발비율이 늘어나 내년 대학진학률은 소폭 오를 수 있지만, 서울 강남 등 교육특구는 명문대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기타 비율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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