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자법정 입찰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수백억원대의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전직 법원 공무원들에게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모 전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과장(53)에게 징역 10년에 벌금7억2000만원, 추징금 3억5000여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모 전 사이버안전과장(51)에게는 징역 10년에 벌금 5억2000만원, 추징금 1억8000여만원이, 행정처 행정관 유모씨(49)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1억2000만원이 선고됐다.
다만 유씨의 후임이자 부정처사후수뢰등 혐의로 기소된 행정관 이모씨(46)에게는 상급자 지시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강 전 과장 등에게 뇌물을 주고 법원 발주사업을 따낸 행정처 공무원 출신 전산장비 납품업체 관계자 남모씨(47)에게는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뇌물죄는 공직사회의 청렴성과 공정성, 일반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비춰볼 때, 공무원이 자기 직무와 관련해 뇌물 수수를 했다는 사실 자체로 용인될 수 없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강 전 과장은 법원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데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부하직원의 입찰방해를 알면서 제지하긴 커녕 동의 취지로 지시하고 적극적으로 묵인해 죄가 무겁다”고 판단했다.
같은 과장이었던 손씨와 행정관 유씨에 대해서는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며 대가로 직접 법원 내부 자료를 유출해 다수 입찰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이 인정된다”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남씨에 대해서는 “법원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법원 내부 정보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청탁해 죄질이 나쁘다”며 “범행의 총체적 주도자이자 최종적 책임자로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씨와 공모해 입찰 담합 등에 가담한 납풉업체 관계자들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이 선고됐다. 일부 피고인에게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남씨의 동업자인 손모씨(48)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전자법정 구축사업 담당 실무자인 강 전 과장 등은 2011년부터 7년에 걸쳐 남씨 등 납품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수시 또는 사업수주 때 수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사실상 납품업체가 국가사업을 수주해 얻은 이익을 분배받은 셈이다.
이들은 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약 4년간 생활비 등에 3억원 상당을 사용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기도 했다. 최고급 가전제품, 골프채 등을 모델명까지 구체적으로 지정 요구하고 유흥주점 등에서도 각종 향응을 제공받았다.
이들은 그 대가로 남씨 등이 요구한대로 특정 납품업체가 판권을 독점한 제품 사양에 맞춰 법원 전산화사업 입찰 제안을 하거나 관련 기밀을 유출해 남씨 등이 지정한 업체들이 당해 사업을 독점할 수 있도록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씨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법원 직원에게 6억원의 뇌물을 공여하고 법원 기밀을 이용해 243억원 상당의 법원 사업을 수주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타업체의 법원 사업 수주에 개입해 7억1000만원을 수수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회사 자금 23억원을 유용한 혐의도 있다.
남씨는 2000년 전산주사보 재직 때 동료 직원들의 권유를 받고 퇴직해 납품업체를 설립, 전 동료들의 전폭적 지원 아래 20년 가까이 관련 법원 발주사업을 독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씨는 근무 인연과 뇌물을 매개로 법원 직원들과 유착해 사업 수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전산장비 납품업체 관계자들은 법원 정보화사업 입찰 과정에서의 가격 담합, 남씨 업체를 위한 들러리 참가, 법원 기밀을 이용해 사업을 수주한 혐의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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