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항운노동조합의 독점적 지위를 깰 수 있도록 경쟁 노조의 출현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금은 항운노조가 각 항만에서 인력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노조가 파업이라도 하게 되면 물류 대란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 또 최근 항운노조의 채용 비리가 검찰에 적발되는 등 비리 수위가 도를 넘어 이들의 독점 체제를 깨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는 ‘최근 1년간 인력 공급 실적이 없으면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 직업안정법 시행규칙 제42조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직업안정법상 항만 하역작업에 투입되는 근로자는 고용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노조만 공급할 수 있으며 해당 노조 소속이어야 한다. 인력이 과잉 공급되면 고용 불안이 우려되고 노조 간 경쟁으로 국가 기간산업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항운노조의 독점적 지위는 광복 이후 유지돼 왔지만, 2013년 대법원이 “복수노조에 근로자 공급 사업을 허가하라”고 판결하면서 경쟁 노조 체제가 막을 올렸다.
그러나 비록 법적으로는 복수노조가 허용됐지만, 기존 항운노조가 다른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는 데 이 규정을 악용하면서 이후에도 독점 체제를 유지해 왔다. 새 노조가 생겨도 기존 노조가 이들의 영업을 방해해 1년간 실적을 내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울산지역에서 온산항운노조가 새로 근로자 공급 허가를 받았지만 기존 울산항운 노조원들은 온산 노조원이 바지선에 타는 것을 막거나 끌어내리는 방법으로 하역작업을 방해했다. 작업이 불가능해지자 새 온산노조는 일감을 받을 수 없었고 기존 울산노조는 1년간 실적이 없다면서 관할 노동청에 온산노조의 사업허가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정위는 “1년 만에 노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새로운 노조가 생기기 어려웠다”며 “실적이 없어도 허가가 유지될 수 있는 기간을 늘리거나 노조의 방해 행위를 제재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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