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M&A 500억 횡령-손실 입혀… 차량 10대 바꿔 타며 추적 따돌려
숨진 사업가 사기혐의 고소 갈등
우량 중소기업을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인수합병(M&A)한 뒤 회사 자금을 통째로 빼돌려 소액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이른바 ‘개미 도살자’가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소액 주주들 사이에서 ‘개미 도살자’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회사인 지와이커머스의 실소유주인 이모 씨(62)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14일 구속 수감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씨의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 등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며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전자상거래 전문 회사인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한 뒤 회사 자금 230억 원을 횡령하고, 또 다른 기업 M&A에 나섰다가 실패해 소액 주주들에게 260억 원대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지인이나 친인척 등을 대표로 내세워 투자조합을 구성한 뒤 사채를 빌려 자본금을 확보해 기업을 인수해 왔다. 회사 인수 과정에서 쓴 사채 빚을 갚기 위해 회사 자금을 유용해 소액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씨는 올 2월 검찰이 지와이커머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4개월가량 도피 생활을 해오다가 검찰에 체포됐다. 도피 당시 이 씨는 차량 10여 대를 수시로 바꿔 타고, 차명 휴대전화인 ‘대포폰’ 등을 사용하며 수사 기관의 추적을 따돌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과는 별도로 의정부지검은 이 씨가 최근 조직폭력배에게 납치, 살해된 박모 씨(56)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박 씨는 지난달 21일 경기 양주시의 한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 전에 조직폭력배의 자금을 끌어들여 선박 제조회사인 H사 인수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가 지와이커머스에서 빼돌린 회사 자금이 박 씨의 H사 인수 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박 씨가 이 돈을 갚지 않자 이 씨는 박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양측이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