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아니라 폭력”…고깃집서 ‘방해시위’ 벌인 채식주의자 논란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6월 20일 10시 54분


사진=트위터 캡처
사진=트위터 캡처
비거니즘(Veganism·채식주의)을 지향하는 일부 활동가들이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고깃집에 들어가 영업을 방해하는 시위를 벌여 논란이다.

동물구호단체 ‘서울 애니멀 세이브’ 소속 활동가로 보이는 A 씨는 1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첫 방해시위’라는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속에는 A 씨로 추정되는 여성이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영업 중인 한 고깃집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고깃집에 들어선 여성은 “여러분 잠시만 제 이야기 좀 들어 달라”며 “지금 여러분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동물이다.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것처럼 돼지도 돼지답게, 소도 소답게, 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식당 관계자들이 여성의 팔을 붙잡고 식당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지만, A 씨는 버티며 말을 이어나갔다. 촬영자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은 식당 관계자를 향해 “만지지 마라, 접촉하지 마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위터에 A 씨는 “제가 방해하길 원하는 것은 동물에게 가해지는 막대한 폭력과 이 폭력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도록 하는 사회의 관습”이라며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서 동물의 현실에 대해 알리고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움직임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적었다.

또 “방해시위는 누군가와 싸우거나 비난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만약 비폭력적인 방해시위로 인해 사람들이 불편함이나 긴장을 느낀다면 그건 동물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일부 인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바로 방해시위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20일 오전 11시까지 49만회 이상 조회됐다. 다만 누리꾼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A 씨의 글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비건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만드는 영상 같다”, “강요도 폭력이다”, “자신의 사상과 맞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라고 치부하는 게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사진=트위터 캡처
사진=트위터 캡처

이 같은 ‘방해시위’ 영상은 또 다른 활동가로 보이는 B 씨의 트위터 계정에도 올라왔다. 영상의 내용은 비슷했다. B 씨는 “방해시위동안 떨렸지만, 무섭지 않았다. 옳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동물해방이 하루라도 빨리 오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적었다.

C 씨 역시 “우리는 육식이 당연해진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 자본에 의해, 육식정상성에 의해 가려지는 공공연한 현실을 마주하라”며 ‘방해시위’ 영상을 올렸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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