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윤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선배 기수의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 중 한명이었던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54·19기)는 20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이제 미지의 새로운 길에서 검찰가족 여러분들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뚜벅뚜벅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뉴스1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최종적으로 올라갔던 경우에는 가능하면 신속하게 사의를 표명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56·사법연수원 21기)도 지난 18일 “검찰 조직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 투명성 확보, 지방 언론사 대표들 비위 척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 해결 등 검사장이 됐을 때 하고자 했던 3가지 일들을 거의 마쳐 나간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송 지검장은 자신의 사퇴가 윤 후보자 지명과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문무일 현 총장(58·18기)보다 다섯 기수가 낮은 윤 후보자를 지명함에 따라 19~23기 고위직 검사들의 ‘줄사퇴’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후배나 동기가 검찰총장이 되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용퇴하는 검찰 내 오랜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윤 후보자 지명이 검찰 ‘물갈이’를 위한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 후보자 지명이 끼어 있는 기수들은 다 옷을 벗으란 뜻이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런 의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청와대 역시 지난 16일 윤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기수파괴(에 따른 선배·동기의 사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내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고위 검사들은 거취에 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봉 차장과 함께 총장 후보 명단에 올랐던 김오수 법무부 차관(56·20기)도 18일부터 휴가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 고위직 검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검찰개혁의 본질은 권력으로부터 독립인데 무리하게 인사권을 행사하면 검찰개혁이 되겠냐”며 “검사들이 나가줬으면 하는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례에 따르게 될 경우 21~22기는 ‘비운의 기수’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문 총장의 한두 기수 후배가 검찰총장 후보가 됐다면 고검장 승진 대상이었지만 한번에 다섯 기수가 낮아지며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1기에서는 박균택 광주고검장(53) 1명만 고검장 자리에 올랐다.
21~22기의 용퇴 규모에 따라 남아있는 23기의 고검장 승진도 갈리게 될 전망이다. 고검장급 자리는 대검 차장과 법무부 차관, 법무연수원장, 서울고검장, 부산고검장, 수원고검장, 대구고검장, 광주고검장 등 8개다. 현재 기수별로 검사장급 이상은 19기 3명, 20기 4명, 21기 6명, 22기 8명, 23기 9명(윤 후보자 제외)이다.
다만 문 총장 임기 종료 시점이 다음달 24일로 한달 이상 남은 데다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윤 후보자가 차기 인사를 고민할 시점이 아니란 점에서 거취를 결정하고 밝히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