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본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1일 03시 00분


내달부터 유해발굴 사업 본격화… 유가족 간담회 통해 자료 수집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 계획

6·25전쟁이 발발한 다음 날인 1950년 6월 26일 전주형무소 뒤편 공동묘지에 비명과 신음소리가 퍼졌다. 군경이 휘두른 농기구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당시 3년 이상 형무소에 복역 중이던 수감자들이었다.

그로부터 10여 일 뒤 형무소에 복역 중이던 수감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군경에 의해 또 끌려 나갔다. 그들은 군경이 쏜 총에 맞아 희생됐다. 이 같은 일은 군경이 북한군에 밀려 7월 22일 전주에서 퇴각할 때까지 모두 4차례 반복됐다.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군경에게 끌려간 수감자들은 현재의 전주 완산구 황방산 등 5곳에서 군경에게 무참히 살해됐고 제대로 된 장례 절차도 없이 매장됐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 지도자급 인사인 손주탁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류준상 오기열 최윤호 국회의원 등이 포함됐다. 제주 4·3사건과 대구 10월사건 관련자도 있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군경에 의해 목숨을 잃은 민간인은 14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의 유해는 황방산 등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주에서의 민간인 학살사건이 일어난 지 69년 만에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이 시작된다. 전주시는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한 용역을 7월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1억3343만 원이 투입되는 유해 발굴은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진행된다. 유해 발굴은 당시 민간인들이 매장된 곳으로 추정된 5곳 중 황방산과 산정동 소리개재 2곳에 대해서만 이뤄진다. 유해가 묻힌 것으로 추정됐던 전주 덕진구 건지산 일대와 전주농고(현 전주생명과학고) 야산, 옛 완주군청 자리는 이미 개발이 완료돼 유해 훼손 및 유실 가능성이 높아 발굴하지 못한다.

전주시는 유해 발굴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유가족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6·25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매장 추정지에 대한 증언을 확보했다. 매장 추정 지역 발굴을 위해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 사용 승낙도 받았다.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유해 발굴에 예산을 투입할 근거도 마련했다. 시는 발굴된 유해에 대해서는 11월 최종보고회를 열고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할 예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6·25전쟁이 끝난 지 70년 가까이 지났지만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매장된 민간인 희생자들께서 여전히 어둠 속에서 지내고 있다”며 “유해 발굴을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6·25전쟁 당시 우리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의 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은 전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59곳이다. 지자체 단위의 유해 발굴은 지난해 2월 충남 아산시가 처음 시작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6.25 전쟁#민간인 희생자#유해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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