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축소 발표 의혹을 초래했던 ‘북한 목선 사건’ 국방부 브리핑에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까지 이례적으로 참석한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 목선 사건은 사건 초기와 이후 군 당국, 관계부처의 발표가 달라 각종 의문과 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까지 참석했음에도 목선의 도착 경위, 목적, 보고 과정 등에 있었던 각종 혼선들이 정정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축소 발표’ 의혹 국방부 익명 브리핑에 청와대 행정관 참석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 부두에 정박,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에 조사 받는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은 당시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북한어선과 어민이 경찰에 조사받는 모습. (독자 제공) 2019.6.19/뉴스1
2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역 대령급 군인 신분인 청와대 A 행정관은 지난 17일 국방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북한 어선 관련 익명 브리핑 현장을 지켜봤다.
당시 익명 브리핑에 참석한 다수의 고위급 군 당국자와 국방부 관계자 대부분은 A 행정관의 참석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고 기자들의 질의 응답 과정 등을 지켜봤다.
이 행정관은 북한 어선 사태 이후 17~19일 사이 2~3번 정도 국방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기자실에서 진행되는 익명 브리핑에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다. 보통 익명 브리핑은 군 관계자와 출입 기자들만이 참석한다.
특히 17일 브리핑은 군의 축소 발표 논란이 일었던 브리핑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청와대 행정관은 이외에도 지난 1월16일 (한일) 초계기 갈등상황이 벌어졌을 때에도 (국방부 브리핑을 보기 위해) 참석했다. 당시 백그라운드 브리핑(백브리핑) 때 들어갔다”며 “그 당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중대상황이라고 판단해서 참석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행정관의 국방부 브리핑 참석이 특별한 건은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브리핑을 지켜보고도 ‘경계에 문제가 없었다’는 등 논란이 될만한 취지의 발표문이 바로 잡지 않은 데 대한 의문도 있다.
해양경찰청은 북한 어선 발견 당일인 15일 상황보고서를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과 해군 1함대 사령부, 국가정보원은 물론 청와대에 즉각 전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윤 수석은 “(안보실도) 대략 어떤 발표문일진 알고 있지만, 일일이 간섭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군 당국이 17일 사실과 다른 브리핑을 한 것으로 드러나 사건 축소·은폐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방부는 20일 북한 어선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감사관을 단장으로 합동조사단을 편성·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합동참모본부, 육군 23사단, 해군 1함대 등 해안 및 해상 경계작전 관련 부대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사건 처리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군의 축소·은폐 발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19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도 “우리 모두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이날 재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건 발생 사흘 만인 18일 청와대 관계자들과의 티타임 자리에서 질책성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수석은 2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17일 (합동참모본부에서) 브리핑을 한 후, 18일 회의(티타임)에서 관련 보도와 상황보고를 접한 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경계가) 뚫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질책하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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