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감소-학과 폐지로 교수 재배치… 전국 전문대 교수의 9%인 1124명
자신 전공과 무관한 학과 재직중… 섬유화학 교수, 간호학 가르치기도
“제 전공은 섬유화학인데 10년 동안 간호학과와 물리학과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학교에서 잘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죠.”
경북의 한 전문대에서 올 2월 정년퇴임한 전직 교수 A 씨가 최근 한 말이다. A 씨의 전공은 섬유화학으로 1987년부터 경북의 한 전문대에서 섬유가공학을 가르쳐 왔다. 그러다 2007년 입학생 수가 정원의 50%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A 씨는 자신의 전공과 관계없는 학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20년간 몸담았던 섬유공학과가 폐과됐기 때문이다. 결국 A 씨는 석사 학위도 없이 10년간 간호학과와 물리학과 학생들을 가르치다 최근 은퇴했다.
학생 수 감소로 전문대의 학과 통폐합이 늘어나면서 없어진 학과 교수가 전공과 아무 관계없는 학과에 재배치돼 강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대학 구조조정 가속화로 학과가 많이 줄어든 결과로 분석된다.
동아일보가 23일 입수한 ‘2018년 교원의 전공 현황(전문대학)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전공(최종학력 기준)과 현재 재직 중인 학과가 다른 전문대 교수는 9%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의 전문대 교수 1만2455명 중 1124명이 자기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A 씨는 “폐과가 많아지면서 자기 전공이 아닌 학과에서 가르치는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황당하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전남의 간호학과 학생은 “교수가 건축학 전공인지도 몰랐다”며 “심각한 교육권 침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의 대응은 별로 없다. 교육부는 한국고등직업 교육평가인증원을 통해 대학재정지원의 기초가 되는 ‘대학기관 평가인증’을 한다. 그러나 해당 인증평가의 30개 기준에는 교수 전공과 실제 보직 학과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는 항목이 없다. 학위 없는 교수가 학생을 가르쳐도 재정 지원에 감점이 없으니 대학 입장에서도 개선할 동기가 부족한 것이다.
교육평가인증원 관계자는 “교육정책은 주기사업으로 운영되는데 폐과는 대학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라 이번 주기에 해당 지표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진행 중인 주기 안에서 갑자기 기준을 바꾸기는 어렵고 다음 교육과정을 수립할 때 항목 추가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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