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으로 별거 중인 아내를 주택가 골목에서 수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징역 25년을 확정 받았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아버지를 엄벌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구월동 살인사건’으로 널리 알려졌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48)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7월 13일 오후 8시 20분경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어린이공원 인근 주택가 골목에서 아내 B 씨(당시 40)를 수차례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그날은 첫째 딸의 생일이었다.
A 씨의 아내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과다출혈로 숨졌다. A 씨는 도주 하루만인 지난해 7월 14일 오후 10시 10분경 붙잡혔다.
조사 결과 A 씨는 이혼 소송으로 별거 중인 아내와 대화를 하기 위해 찾아갔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지병 등의 이유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두 사람의 딸인 C 양은 지난해 11월 아버지의 심신미약 주장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라고 밝힌 C 양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구월동 살인사건 셋자매입니다(아빠의 심신미약 주장 반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엄마가 너무 필요하고 소중한데, 아빠라는 사람은 엄마를 7월 13일 제 생일날, 끔찍하게도 제 눈앞에서 해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매일같이 술을 마시며 엄마를 때리고 힘들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에게 이혼을 권했고, 결국 엄마는 이혼을 결심했다”며 “부디 심신미약이라는 것으로 벌이 줄어들지 않길 바라고, 지은 죄만큼 떠난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고통만큼 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검찰은 징역 26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 한 달 전부터 피해자인 아내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집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면서 잠복하는 등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이라며 “주민들이 모두 보고 있는 앞에서 범행을 한 점 등 범행의 잔혹성에 비춰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A 씨 변호인 측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자수한 점 등의 이유로 재판부에 선처를 요구했다.
1심은 A 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치료받아온 사실은 인정되나 범행 당시 질환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범행수법이 무자비하며 잔혹하고, 자녀들은 한순간에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두게 돼 고아 아닌 고아로 살아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스스로 가족을 비참한 나락으로 몰아냈으면서도 A 씨는 범행동기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거나 정신병증을 호소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경감하려 하고, 유족의 피해 감정을 회복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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