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발생 한 달…여전히 입 닫은 고유정 언제까지?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4일 11시 14분


범행동기 파악 못하며 수사기관 '부실 수사' 비판 직면
고유정, '우발적 범행' 주장 유지하며 법정 공방 대비
청주 경찰, 오는 25일 '의붓아들 사망 의혹' 고씨 재조사

지난 5월25일 제주지역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무참히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피의자 고유정(36)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그러나 6월1일 고유정을 제주로 압송해 사건에 매달린 경찰과, 구속기간을 연장하며 사건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검찰이 모두 고씨의 정확한 범행동기 파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실 수사’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유정은 현재 검찰 조사에서 초기 진술인 ‘우발적 범행’ 주장을 유지하며 향후 법정 공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르면 이달 중으로 검찰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 피해자 시신 행방 ‘오리무중’…입 닫은 고유정

사건을 검찰에 넘긴 경찰은 피해자 시신 발견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4일 제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고유정 아버지 소유의 경기 김포시 아파트 배관에서 뼛조각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DNA 감정을 의뢰했지만, 피해자 유해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유정이 해당 아파트에서 시신을 담은 비닐봉투를 유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이달 초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주변 쓰레기 소각장과 아파트 쓰레기 배관 수색에 열을 올려왔다. 앞서 인천시와 김포시 두 곳의 소각장에서 발견된 뼛조각은 국과수 감식에서 동물 뼈로 판명됐다.

경찰은 지난 19일 총 길이가 1㎞에 이르는 아파트 배관 수색을 종료했다. 새로운 시신 유기장소에 대한 진술확보와 관련 증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유의미한’ 피해자 시신 수색은 끝나는 셈이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고유정은 최근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수사 관계자는 “고유정이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우발적 범행 주장’ 고유정 전략 통할까

고유정은 범행 과정에서 다친 오른손과 다른 신체 부위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하는 등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고유정이 ‘피해자 강모(36)씨를 살해했다’며 이미 범행을 자백, 살인죄 입증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고씨가 재판에서 자신의 ‘우발적 범행’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을 경우 검경의 수사 부진으로 피고인에게 소송 장기화 빌미를 제공했다는 부담을 떠앉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고씨가 범행을 인정하든 부정하든 중형 선고가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에서 끝까지 혐의를 부정해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곧 조사 과정에서 고씨의 혐의를 명백히 밝히지 못한 수사기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고유정이 수사 단계에서 심신상실미약과 같은 정신병력 주장을 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한다.

검찰 관계자는 “고씨가 향후 재판에서 정신병력 주장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검찰 조사에서) 특별히 비정상적인 소견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살인 및 사체유기·은닉·훼손 혐의를 받는 고씨의 검찰 구속기간 만료일은 내달 1일이다. 검찰은 남은 기간 고씨의 범행 동기와 방법 등 유의미한 진술과 증거 확보에 최선을 다한 후 법원에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 ‘청주 의붓아들’ 사망 수사 향배에도 관심

경찰은 애초 단순 ‘질식사’로 알려진 고씨의 ‘청주 의붓아들 사망사건’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의 현 남편인 A(37)씨의 아들 B(6)군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 작은방 침대에서 A씨와 함께 잠을 자던 중 숨졌다.

당시 안방에서 따로 잠을 자던 고씨는 남편의 비명을 듣고 거실로 나와 119에 신고했다. 고씨는 경찰에서 “감기에 걸려 다른 방에서 잠을 잤는데, 남편이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아이를 둘러업고 나와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B군이 숨진 침대에서는 B군의 혈흔이 발견됐다. A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침대 이불 시트와 그 아래 깔렸던 전기장판, 그 밑의 매트리스까지 피가 묻어 있었다”며 “‘소량’의 피가 있었다는 경찰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숨진 아들의 2차 부검결과에서 압착에 의한 질식사 소견을 받았다”며 고씨를 제주지검에 살인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의붓아들 사망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청주상당경찰서는 오는 25일께 형사들을 제주로 보내 고씨를 재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고유정을 사형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7일 만인 지난 23일 오후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국민청원이 게시되면 등록 한 달 이내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한 달 이내에 대통령 수석비서관을 비롯해 각 부처 장관 등이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청원이 사법부의 양형을 결정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청와대가 자의적 의견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범죄 피의자의 양형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최대한 청원 게시글에 예의를 갖추면서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답변기간은 청원 마감일인 8월 7일부터 한 달 이내이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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