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문건 유출' 재판 도중 헌법소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법원서 기각
"피신조서 규정, 공판중심주의에 반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기록 등 자료를 무단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53·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가 “검찰의 피의자 진술조서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기로 했다. 유 변호사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변호사는 이날 헌재에 형사소송법 제200조(피의자의 출석 요구), 제312조 제1·2항(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접수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 또 제312조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조서는 진술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규정하고 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요체는 무기대등, 기회균등, 예단과 편견 배제”라며 “그런데 현재의 피의자조사 제도와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관련 규정은 공판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당사자대등주의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또 “현행 피의자신문 제도와 그 결과물인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광범위한 증거능력 인정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결정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고, 자기부죄금지의 원칙과도 배치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부죄금지 원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소되거나 의심받는 사람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 권리를 말한다.
유 변호사는 피의자 조사를 위한 소환과정에서 이뤄지는 포토라인 세우기, 언론을 통한 피의사실공표 등이 이미 무죄추정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막강한 권력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나섰다. 유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게 검찰이 수사권, 수사종결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독점하고 있다”며 “이러한 막강한 국가권력과 개인 간의 대결에서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 바로 현행 피의자신문제도와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조정, 검찰개혁 등이 화두가 돼있다”며 “이러한 변화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헌법재판소도 이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청구이유를 밝혔다.
앞서 유 변호사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지난 4일 유 변호사가 형사소송법 규정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수석·선임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검토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및 의견서 등을 사건 수임 및 변론에 활용하기 위해 무단으로 들고나온 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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