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한근 2차 조사…‘사망설’ 정태수 2000억 국세체납은

정한근 송환 후 두번째 조사…부친 행방 추궁
검찰, 정태수 사망여부 확인뒤 금주 발표할듯
재판 도중 출국해 잠적…사망 시 체납액 소멸
검찰, 해외 불법 은닉 자금 추적해 환수 방침

정태수(96)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54)씨가 해외 도피 21년만에 국내에 송환되면서 이들이 국외로 빼돌린 자금의 환수 여부가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정씨가 아버지인 정 전 회장이 사망했다는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후 사망이 확인될 경우 체납된 세금 등의 환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이날 오전부터 정씨를 소환해 조사 중이다. 지난 22일 송환된 이후 두 번째 검찰 조사로, 정씨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해외 도피 과정 및 정 전 회장의 행방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캐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지난 22일 국내에 송환된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지난해 숨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따라 검찰은 현재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정 전 회장의 사망 여부 및 행적 등에 관해 확인 중이다. 검찰은 정씨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 관련 객관적인 자료들을 좀 더 확인 중”이라며 “이번주 중에 생존 여부 및 흔적 등에 관해 판단이 가능하도록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씨의 송환을 계기로 이들 부자(父子)가 해외에 불법으로 빼돌린 회사 자금과 재산 등을 찾아 국내로 환수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 남아있는 재산이 있는지 여부도 계속 추적할 계획이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영동대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던 지난 2007년 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췄다. 법원은 정 전 회장이 재판에 불응하자 불출석 상태로 2009년 5월 징역 3년6개월을 확정했다. 또 정 전 회장은 2225억원 가량의 국세를 체납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이 사망했을 경우 형 집행은 할 수 없게 된다. 또 체납된 세금은 상속되지 않아 사망 시 그대로 소멸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산이 상속됐을 경우 그 범위 내에서 상속자에게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데, 고액을 체납하고 해외에 재산을 은닉한 정 전 회장 일가가 실명으로 상속을 받았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 회사자금 약 322억원을 스위스의 차명 계좌를 통해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국세 253억원도 체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씨 도피로 그동안 중단돼 있던 재판을 재개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다. 정씨는 1998년 6월 수사 과정에서 잠적했고,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2008년 9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또 검찰은 정씨를 조사해 장기간 도피 과정에서 신분 세탁 및 재산 은닉 등 또다른 범죄를 확인할 경우 추가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정씨는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의 추적 끝에 파나마에서 검거됐고 브라질(상파울루), UAE(두바이)를 거쳐 지난 22일 국내로 송환됐다. 정씨는 타인의 신상 정보를 이용해 캐나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등 신분을 세탁해서 도피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