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지역인 北서 입항-선박 보관
농식품부 “언론보도 통해 확인”… 국방부-국정원에 협조공문 발송
입항 6일만에야 소독 등 검역작업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해상판 노크 귀순’으로 15일 입항한 북한 어선을 대상으로 즉각 실시됐어야 할 검역 작업이 정부 부처 간 정보 교류 미비로 한참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어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군 당국의 축소 은폐 논란이 국민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검역 정보의 원활한 교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이개호 장관 명의로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방지 대책과 관련”이라며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을 수신자로 한 ‘삼척항 입항 북한 어선 대상 소독 등 검역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농식품부는 공문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인 북한의 어선이 삼척항으로 입항했으며 동 선박을 군부대 등에서 보관 중임이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며 “선박 및 입항자에 대한 소독을 실시하고 남은 음식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농림축산검역본부에 협조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필두로 정부가 북한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북한 선박의 입항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공문이 발송된 시점도 입항 6일째인 20일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선박의 소재와 조사를) 담당하는 줄 알고 연락했으나 (국방부가) ‘우리가 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방부와 국정원에 동시 협조 요청을 했다”고 국회에 답변했다. 농식품부는 21일에야 검역 작업을 완료했다.
한편 15일 오전 강원 삼척시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북한 어선을 최초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김경현 씨(51)는 2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신고를 받은 112상황실에서 깜짝 놀란 목소리로 ‘(북한 주민이) 어떻게 왔는지 물어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김 씨에게 북한 주민의 귀순 경위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한 것. 김 씨는 “북한 주민 4명 중 (인민복을 입은) 가장 젊은 친구는 옷차림이 정말 깔끔해 놀랐다. 옷에 주름까지 잡혀 있어 유심히 살펴봤다”고 말했다. 또 “한 사람은 매우 허탈한 표정으로 방파제 부두에 앉아 있었다. 긴장하거나 경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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