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토론회서 고민-애환 쏟아내
“계약서 용어 잘 몰라 피해자 속출… 부동산 계약 교육 서비스 있었으면”
일자리-야간안전대책 등 제안… 관악구 “청년정책에 적극 반영”
“지방에서 처음 올라와서 집 계약하는데 뭐가 뭔지 몰라서 무서웠어요.”
“맞아요. 일단 부동산업체가 하라는 대로 했지만 왠지 못 믿겠고….”
20대에 상경해 10년째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옥분 씨(37·여)와 7년여 전 대학 입학을 위해 올라온 김규희 씨(27·여)가 맞장구쳤다. 이 씨는 첫 집주인이 계약이 끝날 무렵 보증금 50만 원을 돌려주지 않아 소송까지 갔다고 했다. 알고 보니 자신 같은 피해자가 여럿 있었다는 것. 김 씨는 “부동산 용어를 주루룩 나열한 설명은 알아듣기 힘들다. 더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부동산 계약서 쓰는 법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7시경 서울 관악구청 5층 강당에서 열린 ‘청년들이 말하는 청년정책’ 원탁토론회에서는 이 두 사람을 비롯해 청년 30여 명이 모여 ‘하소연’을 쏟아냈다. 관악구가 거주지이거나 생활반경인 만 19∼39세의 이들이 모여 청년의 현실생활과 필요한 정책을 구에 제안하는 자리다. 이날 5개 원탁에 5, 6명이 둘러 앉아 각각 주거 일자리 문화 사회참여 기타 분야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테이블마다 담당 공무원이 귀를 기울이며 기록하고 때때로 답변도 했다.
지난해 7월 서울시 ‘2018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관악구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45.1%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다. 이 때문에 홀로 사는 20대 청년, 특히 여성이 집을 구할 때 겪는 어려움과 안전 문제가 크다. 이날도 주거 분야의 핵심 이슈였다. 이 씨는 “얼마 전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도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해당 공무원은 “문을 강제로 열면 경보음이 울리면서 지인에게 문자메시지가 전송되는 ‘문열림 센서’를 비롯한 ‘여성 4종 안심세트’를 신청해보시라”고 안내했다. 또 청년을 대상으로 부동산 계약을 할 때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일자리 분야 원탁토론에서는 제안보다는 답답함을 많이 토로했다. 논의한 내용을 써놓는 종이판에는 ‘솔직히… (일자리가) 없지’ ‘잘 모르겠음’같이 체념한 듯한 메모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구의 청년 정책이 관내에 있는 서울대 학생들 중심인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6년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유성민 씨(33)는 “1인 가구가 많다 보니 위험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오토바이 타는 게 재미있다며 배달업에 종사하는 청년이 많다”면서 “구에서 나고 자란 청년을 위한 정책과 서울대를 나눠서 세부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지난해부터 서울대 후문 인근에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낙성벤처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나 예비 창업가가 공간을 빌릴 수 있고 법률 및 회계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한 청년은 낙성벤처밸리와 관련해 “인근 자치구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그 지역 청년을 끌어들이면서 동시에 관악구 청년을 금천·구로구의 G밸리에 연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원탁토론회는 청년 1인 가구가 많은 구의 특성을 고려해 지난해 신설된 청년정책과에서 마련했다. 구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참가 신청을 한 청년들에게 의견을 받아 주제를 정했다. 이날 지적된 문제나 제안에 대해 10월경 피드백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숙영 청년지원팀장은 “올해 반응을 고려해 내년에도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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