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54)이 구속적부심 끝에 법원의 결정으로 석방됐다. 지난 21일 구속된 이후 6일만이다.
김 위원장은 27일 오후 6시45분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남부구치소 정문을 나왔다.
마중을 나온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눈 김 위원장은 “검찰과 경찰이 얼마나 무리하게 민주노총을 가로막으려 했는지 오늘 확인한 것 같다”면서 “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이곳에는 민주노총 간부 3명이 있다. 또 다음주에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다”면서 “노동자들의 요구와 그들이 정규직화 되는 날까지 민주노총은 흔들림 없이 사회적 책무와 업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는지” “향후 투쟁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용물건손상, 일반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 공동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을 진행한 뒤 보증금 1억원(현금 3000만원, 나머지 보증보험증권)의 납입을 조건으로 석방을 결정했다.
법원은 또 주거 제한, 출석 의무, 여행 허가 등의 조건도 걸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주소지를 이전할 때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해외여행 전에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김 위원장 측은 이날 구속적부심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자리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한다는 것은 용인하기 힘들다”고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김 위원장 측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 들여 “증거 인멸이나 증인을 해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보증금 납입조건으로 석방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지난 3월27일과 4월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 도중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의 플라스틱 방어막을 뜯어내는 한편 경찰방패를 빼앗고 폭행하는 불법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7일 김 위원장을 소환 조사한 뒤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어 법원은 2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김 위원장 측은 지난 25일 구속이 적합한지에 대해 다시 판단해 달라며 구속적부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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