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측 “사고 전 음주했으나 음주측정 전 다시 음주”
재판부 “유죄 의심도 엄격증거 아니면 피고이익 우선”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50대 남성에게 1심 재판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사실조회결과를 토대로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로는 범행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조윤정 판사는 도로교통법 상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53)에게 지난 25일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2018년 2월4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송파구 석촌동 도로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도로 인근 커피전문점 매장 전면 유리에 부딪히는 교통사고를 냈다.
사고 당일 오후 5시57분 실시된 음주측정에서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87%로 파악됐다. 이에 검찰 측은 ‘위드마크’(Widmark)를 바탕으로 사고 당시 이씨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0.172%라고 계산해 기소했다.
위드마크(Widmark)는 음주운전 뒤 시간경과를 계산해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를 계산하는 기법이다.
문제는 음주측정이 사고 직후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이씨는 사고를 낸 직후 현장을 벗어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차적조회 등을 통해 이씨를 특정해 당일 송파경찰서에 출석하게 해 당일 오후 5시57분에 음주측정을 한 것이다.
이씨는 최초 경찰조사에서 “사고 이전에 술을 마신 사실이 없고, 사고 이후 오후 3시쯤 술을 마신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계속된 3차 경찰조사에서는 “운전 전 소주 1병, 이후 3시쯤 사무실에서 소주 1병을 마셨다”고 진술을 바꿨다.
이에 법원은 국과수에 사실조회 결과를 요청했고, 국과수는 위드마크를 적용해 추정할 경우 운전 당시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42~0.054%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후 3시께 소주 1병을 마시고 이후 측정한 값을 바탕으로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0.172%로 확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 측 주장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아 유죄가 의심 되더라도 검사 측 입증이 범죄를 확신할 정도의 엄격한 증거가 아니라면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하는 2011년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며 “적어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의 음주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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