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소액주주 울리고 마이바흐 타고다닌 ‘개미 도살자들’ 재판에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28일 14시 14분


중소우량기업 무자본 인수 후 회삿돈 빼돌린 기업사냥 조직
업계 1~2위 지와이커머스 인수해 1년 만에 상장폐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 News1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 News1
중소우량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합병(M&A)한 뒤 회사자금을 빼돌려 이른바 ‘개미(소액주주) 도살자’라고 불렸던 연쇄기업사냥 조직 6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지와이커머스 실소유주 이모씨(62)와 사장 곽모씨(49), 대표이사 이모씨(44), 부사장 남모씨(46)를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공범인 이사 2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 6명은 2017년 4월 지와이커머스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같은해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회사 보유자금 500억원을 컴퍼니에 대여하는 방식을 가장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와이커머스는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 전문업체로 2006년 코스닥에 상장돼 2016년 매출 276억원을 기록하는 등 업계 1~2위 위치에 있었으나 이들의 범행 이후 현재는 상장폐지로 의결된 상태다.

이씨는 친인척과 친지를 동원해 회사를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곽씨는 이씨의 처남, 이사 중 한명도 이씨의 조카였다.

검찰조사 결과, 이씨 등은 M&A 시장에서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고이율 단기사채를 동원해 경영권을 장악한 뒤 경영은 도외시한 채 자금만 빼내 곧바로 다음 타깃을 노리는 전형적 ‘묻지마식 기업사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11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I사를 인수해 수백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려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출소 이후 다시 L사와 K사를 순차 인수한 뒤 여기서 빼낸 자금을 기반으로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L사와 K사는 과다부채, 자본잠식으로 부실화해 상장폐지됐다.

이들은 지와이커머스에서 빼낸 돈으로 다시 조선기자재 제조업체인 H사를 인수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이씨 등은 인수한 회사에서 ‘점령군’ 행세를 하며 스스로 수억원대 연봉을 책정해 중복 지급받기도 했고, 벤츠 마이바흐, BMW, EQ900 리무진 등 최고급 차량을 회사명의로 리스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도 드나들었다.

검찰은 L사와 K사 등 이들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은 1000억원 가량, 피해 소액주주는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와이커머스 실소유주 이씨는 공범들이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고 두달 가까이 도주했고, 검찰은 추적 끝에 지난 11일 이씨를 체포한 데 이어 14일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량 피해 야기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엄단하고, 횡령금 사용처를 철저히 규명해 환수가능한 금액을 최대한 환수 보전하겠다”며 “이들이 부실화한 L사와 K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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