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관련 사회단체들이 28일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의 시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 익산시장은 최근 다문화 가족 600명이 모인 자리에서 축사를 하며 “잡종 강세”라고 말했다. ‘혼혈이 유전적으로 좋다’라는 말을 하려 했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분노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다문화가족과 관련한 13개 사회단체들은 이날 국가인권위원회·국회의사당 앞에서 정헌율 익산시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헌율 익산시장은 자신의 발언이 인종주의적 편견에 입각한 심각한 차별과 혐오의 표현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것 같다”라며 “또한 내부적인 문제제기나 시정노력이 부재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 지방자치단체의 인권감수성이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잡종’이나 ‘튀기’라는 혐오표현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대단히 문제적”이라며 “무엇보다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을 잠재적 위험요소로 낙인찍고, 관리할 대상으로 칭한데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은 다문화가족이 일상적으로 차별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단순한 밀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헌율 익산시장은 지난달 11일 원광대에서 열린 ‘2019년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운동회’에서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을 ‘잡종’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축사에서 “생물학적·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 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나”라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난이 이어지자, 정헌율 익산시장은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이 해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다문화가족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정헌율 익산시장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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