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이 들린다며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심신상실을 주장하며 감형을 요구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조용현)의 심리로 28일 오전 열린 항소심 1회 공판에서 안모씨(56) 변호인은 “딸이 지켜보는 와중에 범행을 저지를 정도로 심신이 상실된 상태였다”며 “당시 피의자는 첫 경찰조사 당시 ‘아내의 바람’이라고 진술했던 범행동기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행 2주전 쯤 알코올중독성 치매가 심해 병원에 다녀올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가족들 역시 사건 이전 한두달 동안 피고인이 현관문을 열어둔 채 허공을 가만히 바라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심신상실은 정신병, 정신지체로 사물 변별력이 없고, 의사결정 능력이 전혀 없는 상태를 뜻한다. 알코올중독, 경증의 정신병으로 주장하는 심신미약과는 다르다.
이날 안씨는 허공을 쳐다보며 “제가 살아오면서 모든 것이 잘못된 행동이었으며,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가족, 딸, 형제에게 용서를 빌면서 평생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딸 A씨는 재판 진행 내내 눈물을 흘리다가, 안씨가 입을 떼자 한숨을 내쉬며 허공을 쳐다봤다. 딸 A씨와 함께 온 가족들 역시 눈물을 훔치며, 말없이 재판을 지켜봤다.
2심 선고는 7월19일 진행될 예정이다.
안씨는 지난해 12월7일 서울 강서구의 자택에서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알코올중독성 치매증상을 보여온 안씨는 “아내를 죽여라”는 환청이 들렸다고 진술했으며 1심에서는 사건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심신상실’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안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음은 인정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당한 기간 피해자와 자녀들에게 폭언, 폭행을 행사했고 사건 당일 또 다시 피해자를 폭행하다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피고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리화하는 등 진정성 있는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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