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목줄 착용 문제로 벌어진 폭행 사건을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기소유예로 처분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A씨가 전주지검 검사직무대리를 상대로 낸 기소유예처분 취소 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5월 B씨가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자 항의했다. B씨는 언쟁 끝에 A씨 목을 조르고 뺨을 때린 혐의(상해)로 약식기소됐다.
검찰은 A씨도 B씨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을 했다며 그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자신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이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검찰이 증거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A씨에게 혐의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A씨는 일관되게 일방 폭행 당했을 뿐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는 반면, B씨는 같이 실랑이를 했다고 진술한다”며 “하지만 B씨가 A씨에게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면 쌍방으로 몰고 가겠다고 말한 녹취록이 존재하는 등 B씨 진술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이 유형력 행사 증거로 제시하는 CCTV 영상 역시 먼 곳에서 일부 가려진 채 촬영됐고 화질도 좋지 않다”며 “A씨가 멱살을 잡는 등 유형력을 행사했는지, 했다면 어느 부위를 때렸는지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형력 행사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데도 검찰은 폭행 혐의 인정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했다”면서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며 처분을 취소하도록 했다.
헌재 관계자는 “반려견 목줄 착용 다툼이 실제 형사사건으로 확대된 경우”라며 “사안이 가볍더라도 피의사실 인정에 신중해야 하며, 증거가 부족하면 단순히 재량적으로 혐의를 인정할 게 아니라 무죄추정 원칙과 형사증거법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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