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화당 불법천막 재설치 막을 길 없어 속앓이
경찰, 시설물 보호 요청 미온적…“불법 용인 어디까지”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일인 29일에 맞춰 광화문광장 텐트를 자진 철거했지만, “언제든지 돌아온다”고 전제를 달았다. 서울시는 우리공화당이 광화문광장을 또다시 불법 점거해도 마땅히 막을 길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공화당은 전날 28일 오전 광화문광장 천막을 회수해 동아일보사와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 사이 청계천로 인근 인도를 무단으로 점용해 천막을 다시 설치했다. 대신 ‘철거’가 아닌 ‘이동’이라고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이후 언제든지 광화문광장에 불법 천막을 다시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화문광장의 관리 주체인 서울시는 난감한 입장이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의 시설관리자로서 공화당이 불법 설치한 천막에 대해 절차를 밟아 강제 철거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5일 우리공화당의 불법천막을 강제 철거한 지 반나절 만에 불법천막을 다시 설치해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역량이 없다.
서울시는 공화당의 불법점거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은 교통 소통 등 질서 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한 집회 또는 시위라고 판단하면 해산을 명령할 수 있고, 불응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7월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살이를 할 때 악성 민원인들이 집 앞에서 시위를 벌여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했고, 당시 경찰이 이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은 전례가 있다.
서울시는 경찰의 광범위한 권한을 활용해 공화당의 광화문광장 불법점거를 막아주길 바라고 있지만, 경찰은 판단을 계속 미루고 있다. 경찰이 서울시와 공화당 갈등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다. 또 광화문광장의 관리 책임이 경찰로 전가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도 고민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사안이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가장 확실하게 접근을 못 하게 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입증 자료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자치경찰제 도입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광역 단체장이 지휘권을 갖는 자치경찰제가 도입됐다면 공화당 천막 철거 과정에서 신속한 협조가 가능하지 않았겠냐는 아쉬움 섞인 하소연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에서 벌어지는 공화당의 행태로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서울시의 시설물 관리 차원으로만 봐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이번 사안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합법과 불법의 문제로,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불법을 용인해주는 것이 맞는지 답답하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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