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남느냐, 나가느냐’…윤석열의 선배들은 고심중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9일 09시 10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 발탁에…'줄사퇴' 예상
3명만 사의 표명…'지켜보자' 추이 살피는 중
'총장직 못 한다'는 이유로 결국 사퇴 전망도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데 따른 선배 기수들의 줄사표 파동이 예상보다는 잔잔한 모양새다. 오는 8일 열리는 윤 지검장 인사청문회나 취임 시점을 기준으로 ‘용퇴’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오랜 기간 지속해 왔던 관행이 깨지고, 총장보다 선배 기수들이 조직에 남을 것이라는 전망, 총장직에 오를 수 없다는 판단하에 결국엔 대거 옷을 벗을 것이라는 반박 등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지검장 총장 후보 지명 이후 사의를 밝힌 검찰 고위 간부는 총 3명이다. 검찰총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봉욱(54·19기)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김호철(52·20기) 대구고검장, 송인택(56·21기) 울산지검장이다.

애초 윤 지검장이 총장 후보로 발탁된 지난 17일 이후 곧장 검사장급 고위 간부들의 ‘도미노’ 사의 표명이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문무일(58·18기) 현 검찰총장보다 5기수를 건너뛴 인사인 데다가 검찰의 관행이 그 근거가 됐다.

동기나 후배가 총장이 되면 그의 위신과 원활한 지휘 등을 위해서 조직을 나가는 게 검찰의 오래된 관행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19~22기 선배 기수와 23기 동기 기수가 옷을 벗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후보 지명 이후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 사의를 표명한 검사장은 3명뿐이다.

윤 지검장과 동기 기수의 경우 대다수 조직에 남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선배 기수인 19~22기 중 일부는 ‘나가겠다’는 입장을 굳혔다. 한 검사장은 “목표를 다 이룬 사람은 나갈 것이고, 아닌 사람은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배 기수 대다수는 ‘일단 지켜보자’며 추이를 살피고 있다고 한다. 향후 인사청문회에서나 취임 이후 밝혀질 윤 지검장의 조직 운영 및 인사 방침 등을 살핀 다음 거취를 정하겠다는 것으로, 고검장 승진 가능성 등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지검장이나 후배 기수들이 사의 표명을 말리고 있는 상황도 고려 사항이다.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의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된 점, 이에 더해 현재 변호사업계가 불황인 상황도 쉽사리 사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0여명의 검사장이 한 번에 변호사업계에 나가게 된다면, ‘전관’이라는 희소성이 많이 떨어지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선배 기수들이 결국은 옷을 벗고, 관행에 따라 조직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후배 기수가 총장이 된 만큼 본인이 검찰의 ‘수장’이 될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후배가 검찰총장이 된다면 본인이 향후 총장이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검찰 수장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없는 이상 조직에 남아있을 동기나 이유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배 기수뿐만 아니라 검사장 승진 대상인 24~26기에서 조직을 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무부가 27기까지 승진 대상 범위를 확대한 데다가 총장 기수가 낮아지는 만큼 향후 검찰 인사도 상당한 폭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사장) 자리가 적어져 승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이에 옷을 벗는 인사들도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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