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3∼5일 총파업을 선언하자 일선학교와 학부모들은 ‘돌봄·급식 공백’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급식과 돌봄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확실하게 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교와 학부모들은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은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돌봄교실을 이용 중인 학부모 김모 씨(33)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조기 하교를 시킨다고 할까 봐 걱정”이라며 “매번 이런 식으로 총파업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돌봄교실은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이용한다. 또 다른 학부모는 “급식 대신 빵, 떡 같은 대체식을 먹이고 싶은 부모가 어디에 있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과 긴급회의를 열어 ‘총파업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 당국은 우선 정상적인 급식 제공이 어려운 학교에선 기성품 도시락, 떡, 과일 등을 활용하거나 단축수업을 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또 돌봄전담사가 빠진 자리엔 교사나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인력을 활용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조치들이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의 A초교 교장은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지만 출석 체크만 하는 방식으로 ‘부분 파업’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며 “예상하는 것보다 보충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당장 3일 총파업이 시작되면 교사 중 12명이 추가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서울의 B초교 관계자는 “평소엔 돌봄전담사 1명당 학생 20∼25명을 맡았는데, 파업이 시작되면 최소 50명씩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와 교육 당국 간 마찰은 그동안 연례행사처럼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부문 조합원들이 사상 처음으로 ‘연대파업’을 조직해 강경하게 움직이고 있는 만큼 그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7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만5000여 명이 파업했을 땐 전국의 1929개 초중고교의 급식이 중단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엔 참여 인원이 5만여 명으로 2017년의 3배가 넘는 수준인 만큼 급식 중단 학교도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전체 초중고 1만1636개교 중 20% 안팎(2000개교 이상)에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임금 협상’을 놓고 학비연대와 교육 당국 사이의 견해차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비연대는 “9급 공무원(정규직)의 80%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이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 당국은 7차례에 걸친 실무협의를 벌인 끝에 ‘기본급의 1.8%’ 인상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6.24%는 높여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무상교육이 2학기부터 시행되면서 급하게 추가예산을 편성했다”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재정부담도 고민거리인 상황에서 노조 측 요구를 들어주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14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월급을 일시에 6% 이상 높이는 것은 재정부담이 크다”며 “교육 당국이 교섭을 통해 총파업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지만 총파업을 피할 목적으로 지나치게 재정지출을 많이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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