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 대법원 판결에 반발해 수출 규제
대법, 지난해 강제징용 피해 배상 확정 판결
5년간 소송 계류…재판 고의 지연 혐의 기소
일본 측 배상 거부로 갈등…매각 절차 진행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면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강제징용 배상에 나설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이 이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 보복’ 조치를 하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0월30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그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현재 일본기업의 국내 압류자산 매각 신청 등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춘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지난 1941~1943년 일본제철(신일철주금)에 강제징용돼 고된 노역에 시달렸지만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면서 이들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전합은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1965년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서 패소 확정을 받은 판결의 효력이 국내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봤다.
이 판결은 지난 2005년 2월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8개월만에 최종 결론이 나왔다. 이 기간에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고, 1심부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다섯 번의 선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강제징용 소송은 지난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져 파장이 크게 일었다. 이 사건은 대법원 소부에서 2012년 원고 승소 취지로 1·2심 판결을 뒤집었는데, 2013년 8월 다시 대법원에 접수된 후 계속 사건이 계류돼왔다. 판결이 반복되고 재판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갈등이 커졌다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등을 상대로 상고법원 도입 및 해외 법관 파견 등 이익을 얻고자 강제징용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기존 판결을 뒤집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2013년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청와대와 외교부 입장을 반영해 기존 판결의 외교적·국제법적 문제점을 강조하고, 재판 지연 방안 및 향후 소송 전개방향 시나리오를 검토한 문건을 작성토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듬해에는 주심 대법관에게도 원고 청구 기각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혐의,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혐의 등 47개 혐의로 구속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후 다른 강제징용 소송들도 잇따라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기업들과 일본 정부는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들이 소유한 국내 재산을 파악, 압류 및 매각 추진 등 절차에 착수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일본제철(신일철주금)과 포스코 합작 회사인 PNR 주식에 대한 압류 신청을 했고, 지난 5월에는 매각명령신청을 접수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최근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 절차를 시작했으며, 조만간 일본제철에 심문서를 발송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울산지법에도 후지코시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매각명령신청도 접수된 상태다.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양국간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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