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과 사법제도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고소·고발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자유한국당 의원 4명을 소환했으나 출석에 불응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특수공무방해·특수감금·특수주거침입 등 혐의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한 자유한국당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이 4일 오후 3시20분 현재까지 출석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 4명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11명은 지난 4월25일 바른미래당이 채이배 의원으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교체하자, 채 의원 사무실을 찾아 막아섰다. 이들은 사무실 내부의 문을 걸어 잠갔는데 실랑이를 벌이던 채 의원이 결국 “감금 당했다”면서 경찰에 신고해 경찰과 소방대원이 출동했다.
이후 녹색당이 해당 의원들을 국회회의 방해·특수공무방해·특수감금·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엄용수·이종배·김정재·민경욱·백승주·여상규·박성중·송언석·이양수·정갑윤·이만희 의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채증자료 등의 분석을 통해 비교적 명확하게 혐의가 확인되는 이 사안에 대해 가장 먼저 피고발인 수사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아무도 출석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석 여부를 두고 특별히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소환통보를 받은 의원 4명은 이날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양수 의원은 전날 “고발 주체가 제3자인 녹색당임에도 경찰이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소환장을 받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알리는 등 경찰이 야당 의원 흠집 내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도 “경찰로부터 출석통지를 못받았다. 언론을 통해서만 들었다”면서 “(통지를 받는다면) 저도 안 갔을 거다. 정치 문제는 정치로 해결해야지”라고 설명했다. 여 의원 측은 이날 지역 일정이 잡혀있다고도 덧붙였다.
정갑윤 의원 측 역시 “정치적 사안인만큼 현장조사를 받는 게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라면서 “사전 조율도 없었던데다,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 서면조사면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엄용수 의원 측도 이날 경찰 소환에 불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이들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재소환 통보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와는 별개로 국회 패스트트랙과 관련된 다른 고소·고발건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국회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고소·고발된 사건은 채 의원 감금건을 포함해 총 16건에 달한다. 경찰은 현재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고발사건에 관련된 사람은 총 2000여명에 달하며, 전체 피고발인수는 120명이다. 이 중 국회의원이 108명에 달한다. 소속 정당 별로는 자유한국당 58명, 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이다. 여기에 무소속 신분인 문희상 국회의장도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경찰은 국회 사무처에서 확보한 폐쇄회로(CC) TV와 방송사에서 선명하게 찍힌 영상을 받아 분석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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