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철회' 이대부고·한대부고·중앙고 등 8곳
학생들 "자사고 출신 말 못해…1~2학년 타격"
학교 "당장 계획없다" "할말 없다" 민감 반응
서울시교육청의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지정 철회 대상이 발표된 9일, 해당 학교들의 모습은 평소와 다름 없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걱정과 우려를 내비쳤고, 학교 측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으면서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사범대학 부속 금란고등학교(이대부고)에서 만난 학생들은 자사고 지정 철회 소식에 뜻밖이란 표정을 지었다. 이대부고는 2009년부터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정 철회소식을 듣고는 “정말요?”, “그럼 이제 (자사고) 아닌 건가”라며 아쉬워했다.
이대부고 학생 이예림(17)양은 “자율형사립고등학교로 유지됐으면 한다”며 “당장 (내년에 입학하는) 1학년들은 자사고생이 아닌데, 같은 학교에 다니더라도 다른 학교에 다니는 셈이 되지 않느냐”고 했다.
3학년인 또다른 학생은 “졸업 후에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을 때, 자사고라고 답하고 싶은데 이번에 (지정 철회가) 확정되면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기말고사를 마친 성동구 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한대부고) 학생들은 자사고 탈락 소식을 듣자 “이럴 줄 알았다”, “그런데 OO고는 왜 유지야?”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학생은 “처음 입학 당시 공부하는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자사고를 선택했다”며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다면) 고1, 고2 학생들은 타격이 클 것이다. 전학을 가려 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로구에 위치한 중앙고등학교 2학년 김모(16)군은 “선생님들이 다시 (지정)될 거라고 걱정하지 말고 학업에 집중하라고 했었다”며 밝혔다. 중앙고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모교이기도 하다.
김군은 “학교 내부에서는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동시에 안됐을 때의 우려도 있었다”며 “선생님들이 이쪽은 고등학교 진학 인구가 적어 일반고로 전환될 시 정원 충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민우(17)군도 “학생들은 유지되길 원하는 분위기였고, 2주전 쯤 학생들끼리 자사고 재지정 관련 교육부에 청원을 낸다며 자사고 폐지 반대 서명운동도 벌였다”면서 “우리(3학년)는 (자사고생으로) 졸업하겠지만 후배들까지 중앙고의 전통이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학교 측은 교육부 발표에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민감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대부고 측은 지정 철회 발표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학교에서 외부인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다”며 “그냥 나가 달라. 그냥 지금 가 달라”고 말했다.
중앙고 측 또한 정문 경비실을 통해 “바쁘니 돌아가달라”는 말을 전했다.
이혜원 한대부고 교감은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발표가 방금 전에 나서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아직 (대응) 계획 등이 나온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결과 기준점수인 70점에 미달, 자사고 목적 달성이 어렵다면서 8개교(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전국단위 선발 하나고와 가톨릭 재단 동성고를 포함해 이화여고, 중동고, 한가람고는 자사고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평가에서 탈락한 8개교를 대상으로 청문을 거쳐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이 학교들은 2020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단, 현재 재학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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