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13곳 평가결과 재지정 취소… 점수-근거 공개 않고 ‘깜깜이 결정’
학교들 “짜맞추기… 공익감사 청구”… 교육장관 동의땐 일반고 전환 확정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화여대부고 중앙고 한양대부고 등 8곳이 9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해당 자사고들은 “각본에 짜 맞춘 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국민적 관심사인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평가 대상인 자사고 13곳의 총점과 세부 지표별 점수 등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근거를 일절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비교육특구인 강북의 거점 학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서울 자사고의 교육특구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13곳 가운데 8곳(62%)이 평가 커트라인(70점)을 넘지 못해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동성고 이화여고 중동고 하나고 한가람고는 자사고 지위가 유지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발표에서 구체적인 지정 취소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탈락한 자사고 8곳이 ‘지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학교별 총점과 32개 지표별 점수도 ‘민감하다’는 이유로 비공개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평가를 받은 자사고에도 지표별 점수를 알려주지 않고 ‘학교 운영’ ‘교육과정 운영’ 등 6가지 영역별 점수만 통보했다. A자사고 교장은 “뭐가 부족한지 알아야 청문도 준비하는데 교육청은 탈락시키는 데만 의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탈락 학교 중 상당수는 평가에서 65∼69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재량 평가’ 영역(12점)에서 절반밖에 못 받은 학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고 측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서울 지역의 자사고 교장들과 자사고 동문, 학부모, 시민단체 모임인 자사고공동체연합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학교 평가를 빙자해 자사고를 없애기 위한 짜 맞추기식 평가는 원천 무효”라며 “평가 전반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소송으로 자사고 폐지를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자사고들 사이에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년 전 교육부의 제동으로 지정 취소를 실현하지 못한 데 대한 복수를 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번에 탈락한 8곳 중 한양대부고를 제외한 7곳은 조 교육감이 취임 직후 실시한 2014년 평가에서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탈락한 8곳의 일반고 전환 여부는 교육부 장관의 동의 여부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서울시교육청은 8곳에 대한 청문을 22∼24일 열고 교육부 장관에게 지정 취소 동의를 요청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신속하게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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