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강박으로 집안에 8t에 달하는 쓰레기를 모았던 90대 참전유공자가 관할 구청의 도움으로 정상적인 주거환경을 되찾았다.
대구시 남구는 봉덕동의 한 단독주택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수거했다고 10일 밝혔다.
몸 누일 공간이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쓰레기를 모은 사람은 다름 아닌 집 주인 A(92)씨로 6·25전쟁 참전유공자이기도 한 그는 자녀들과 떨어져 이곳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A씨가 쓰레기를 수집하면서 저장강박 증세를 보인 것은 약 5년 전부터다. 평소 낮이면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A씨는 쓸 만해 보이는 잡동사니와 재활용품 등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정량 모인 고물을 이웃 주민이 대신 팔아주기도 했지만 늘어나는 쓰레기의 양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자녀들이 찾아와 청소를 권해도 ‘언젠가는 쓸 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등으로 쉽게 마음을 바꾸지 못했다.
이런 A씨가 쓰레기를 포기하기로 결심한 건 구청에서 편지 한 통을 받은 뒤다.
남구청은 지난달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역 내 참전유공자 가정에 ‘나라를 위한 희생에 감사하며 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알려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쓰레기로 인해 좁아진 거주 공간과 악취로 고통받던 A씨는 직접 남구에 도움을 청했고, 남구 공무원들은 바르게살기운동 대구남구협의회 회원 등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A씨의 집에 쌓인 8t의 쓰레기를 모두 치웠다.
남구는 A씨가 앞으로도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A씨의 가족 및 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다.
A씨는 “동네를 오가며 모으기 시작한 쓰레기가 이렇게 많아질 줄은 몰랐다”며 “먼저 도움의 뜻을 밝힌 구청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남구 주민생활과 관계자는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별 탈 없이 문제가 해결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구민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어려움에 늘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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