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받으려면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서 체크카드를 빌려줬더라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는 등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면 관련법 위반으로 처벌대상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된 조모씨(24)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전자금융거래법은 경제적 이익 등 대가를 약속하며 체크카드를 비롯한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빌려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빌려준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조씨는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며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줬다”며 “조씨가 정상적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건 대여와 대응하는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조씨가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며 접근매체를 빌려줬는지 여부를 심리해 판단했어야 했다”며 심리 미진과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을 지적했다.
조씨는 2016년 6월 A씨로부터 300만원을 대출받기로 약속하고, 본인 명의 은행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로 A씨에게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가 빌려준 체크카드는 금융사기 범죄에 이용돼 돈을 잃은 피해자가 생긴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 조씨는 ‘대출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으려면 가공으로라도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 신용카드를 높여야 한다’며 체크카드를 보내야 한다는 A씨 거짓말에 속았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실질적 금융거래와 무관하게 만든 거래실적으로 신용한도를 높여 대출을 받는다는 건 결국 상대방으로부터 대출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며 대가관계를 인정,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조씨가 대출받을 기회를 얻을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계좌에 대한 자유로운 사용권한을 넘겨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증거가 부족하다”며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씨가 인터넷으로 여러 군데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대부분 거절당해 정상적 대출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대출받을 기회’를 약속받고 체크카드를 보냈다면 대가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면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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