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인 1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고기 찬반집회가 열렸다. 동물보호단체는 “개 식용 금지”를 외친 반면, 식용개를 사육하는 농민들은 “개고기는 합법”이라며 법제화를 요구했다.
동물해방물결과 미국의 ‘동물의 마지막 기회’(LCA)를 비롯한 국내외 동물권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2019 복날 추모행동’을 진행했다. 약 250여명이 참석한 행사에는 할리우드 스타 킴 베이싱어도 함께 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표창원 의원 등이 발의한 ‘동물 임의도살금지법’이 아직도 계류 중이라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하루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으로 규정되지 않는 개·고양이의 도살이 금지된다.
단체들은 “동물 임의도살금지법이 표류한 지난 1년간, 100만 마리의 개들이 더 죽었다”면서 “초복인 오늘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이곳에서 개 학살의 방관자인 국회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최근 모란, 구포 등 전통시장에서 개 도살이 사라지고 있지만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한 상태”라며 “불법 개 도살이 보이는 곳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도 사라지도록 해당 법안의 빠른 심사와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가한 베이싱어도 “한국은 매우 아름답고 강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지만 먹기 위해 개를 집단사육하는 개농장이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면서 “개는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여러분들이 개들을 대신해 소리를 내야 한다. 한국에서 조금 더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공인분들이 부디 용기를 가지고 조금 더 담대해지길 바란다. 정부를 압박해 달라”고 강조했다.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의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도 “추악하고 더러운 관행을 끝장내야 한다”며 “농해수위 위원들 대다수의 지역구가 농촌 지역이 많다 보니 머뭇거리고 있지만, 올해 상임위원회가 관련법을 다 통과시켜 더 이상 이런 집회를 안 해도 될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대한육견협회 소속의 식용개 사육농민 60여명은 ‘개고기 법제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개 사육, 도축, 유통 식용은 단 한 번도 불법이었던 적이 없다”면서 “현재 역시 불법이 아니라는 식약의약품안전처의 답변을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애완견과 식용견의 분리와 법제화,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물보호단체들은 후원금을 받기 위해 감성마케팅을 펼치면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면서 “유기견과 안락사, 중성화수술, 개물림 사고에는 눈감으면서 오로지 식용개를 두고 야만인 프레임을 씌워 늙고 힘없는 개사육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육견협회는 집회를 마친 뒤에는 ‘개고기 나눔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주 사무총장은 “복날에 더운데 고생한다는 의미도 있고, 개고기가 얼마나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인지를 알리려는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항의에 나서면서 소요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동물단체 회원들은 “개 먹으면 암 걸린다” “그게 목으로 넘어가냐”며 비판했고, 육견협회 측도 “먹어보고 얘기하라” “개똘마니들 나와라”며 거칠게 맞섰다.
일부 양측 참가자들은 흥분해 욕설과 고성을 내뱉으며 서로 자극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경찰이 중재에 나서며 폭력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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