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콜롬비아서 ‘AK-소총’ 기증받은 사연은?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14일 11시 21분


(서울시 제공) © 뉴스1
(서울시 제공) © 뉴스1
중남미를 순방중인 박원순 시장은 현지시간으로 13일 오전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세종학당’에서 콜롬비아 미술계 거장인 알렉스 사스토케(Alex Sastoque)로부터 ‘평화’를 상징하는 자신의 작품 ‘변신’(Metamorfosis)을 기증받았다.

이 작품은 2015년 콜롬비아의 무장반군단체와 콜롬비아군으로부터 직접 전달받은 AK-47 소총을 본떠 제작한 청동작품으로, 지난 2016년 호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식에 공식 기증한 것과 동일한 작품이다.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한 작가 알렉스 사스토케는 “박시장께 이 작품을 기증하려는 이유는 사회활동을 오래 하셨다고 많이 들어서 그런 점에 대해서 존경스럽게 생각하고 한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해달라는 뜻에서 드린다”라며 “이 작품이 한반도에 남북간 평화가 왔을 때 좋은 의미로 사용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평화의 꿈은 한반도에 살아있는 사람뿐 아니라 지구촌의 고난과 전쟁을 경험한 콜롬비아 시민 여러분들도 공감하고 그런 뜻에서 조각을 선물해주셨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이 작품은 서울시내에서 서울시민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에 전시해놓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이날 콜롬비아 현지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시설인 ‘보고타 세종학당’에서 양삼일 세종학당 이사장 등과도 양 도시의 문화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박 시장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서울의 교통카드 시스템과 국내 ICT 기술로 보고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는 대중교통 혁신현장을 찾았다.

박 시장은 현지시간으로 13일 오전 해발 3094m 고지대(종점기준)에 위치한 보고타 남부 시우다드 볼리바르(Ciudad Bolivar)에 대중교통 수단으로 설치된 케이블카인 ‘트랜스미케이블’(Transmicable)을 직접 탑승하고 케이블카-간선버스 간 무료 환승시스템을 확인했다.

이 지역은 60년대부터 이어진 내전 난민들이 모여 사는 보고타시 최빈민가로, 약 70만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과거에는 마을에서 간선버스 정류장까지 마을버스로 60분을 넘게 가야 할 정도로 교통이 열악했지만 지난해 12월 ‘트랜스미케이블’이 개통하면서 이동시간이 15분으로 대폭 단축돼 주민들의 이동편의가 크게 개선됐다.

트랜스미케이블은 총연장 3.34㎞(1개 노선), 4개 정거장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총 163개 케이블카(정원 10명)가 시속 20㎞로 오가며 시간당 7200명을 실어 나른다. 내부에는 자전거와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접의식 의자, 와이파이, 보안용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1회권 가격은 한국 돈으로 800원 정도에 달한다.

구청, 도서관, 공원 같이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 주변에 정거장을 배치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 요금은 보고타의 대표적 관광지인 몬세라트 언덕에 운영 중인 케이블카에 비해 1/10 이하로 저렴하다.

특히, 보고타시의 핵심 대중교통 수단인 간선버스와 케이블카 간 무료 환승이 가능해 이 지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 주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낮춘 것이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무료 환승시스템은 지난 2011년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이 보고타로 수출되면서 구축된 것으로, 오늘날 보고타의 혁신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의 토대가 됐다.

서울시는 하나의 교통카드로 버스, 지하철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교통카드 시스템을 2003년부터 구축, 현재 교통카드 이용률은 지하철 100%, 버스 98.96%에 달한다.

서울시는 작년 여름 박원순 시장의 삼양동 한 달 생활 이후 발표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을 통해 오르막이나 구릉지대 지역 주민을 위한 신(新) 교통수단 도입 계획을 밝히고 시범사업을 준비 중인 가운데, 앞서 방문한 메데진과 보고타의 다양한 대중교통 사례를 통해 정책 아이디어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는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시와 함께 보고타에 관련 기술을 수출한 LG CNS의 콜롬비아 현지 직원이 동행해 서울의 정책이 보고타에서 어떻게 적용돼 사용되고 있는지 직접 설명했다.

오후에는 볼리바르 광장과 라칸델라리아 역사지구, 보테로 미술관 등 오래된 수도 보고타의 역사적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있는 보고타 역사문화보존지구를 시찰, 2000년 역사도시 서울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도시정책 아이디어를 모색했다.

볼리바르 광장은 콜롬비아의 정치 중심지로 스페인 시대 건축물이 잘 보존된 공간이다. 남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독립을 이끈 영웅 시몬 볼리바르를 기념하기 위해 명명됐다. 광장을 중심으로는 콜롬비아 의회, 대법원, 대통령궁, 보고타시청, 대성당 등이 위치해 있다.

라칸델라리아 역사지구는 볼리바르 광장 부근에 있는 지역으로 목재 발코니, 석재타일을 깐 좁은 포장도로 등 과거 식민지 시대 건축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보테로 미술관은 콜롬비아가 낳은 위대한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 100여 점과 개인소장 미술품 등이 전시된 박물관으로 ‘예술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워야 한다’는 보테로의 지론에 따라 입장료가 무료인 것이 특징이다.

박 시장은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김두식 주콜롬비아 대사 주최 만찬 간담회에 참석, 콜롬비아 주요도시와 서울시 간 실질적인 교류협력이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박원순 시장은 “교통혼잡, 대기오염 등 전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편리하고 친환경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며 “보고타시가 고지대 빈민촌에 케이블카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설치한 것은 서울시 정책에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상호 정책 교류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보고타(콜롬비아)=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