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담배와 맥주의 판매를 중단했던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일본산 음료·스낵·소스류의 판매까지 전면 중단하는 등 ‘노 재팬’(No Japan) 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일본산 구매 반대가 더 알려져서 많은 동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옹호론과 “국제 문제를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말자”는 신중론의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16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등에 따르면 일본산 제품 판매 중단을 시작한 전국 도·소매점과 마트는 지난 5일 노 재팬 운동 시작 열흘 만인 15일까지 1만여 곳으로 늘었다. 여기에 전통시장과 편의점, 슈퍼마켓까지 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은평구 신사동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박모씨도 매대에서 일본산을 지운 상인 중 한명이다. 박씨는 “할 수 있는 선에서 마음을 더하는 것”이라면서 “보복 무역이 해제되지 않는 한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에는 일본산 맥주 수요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주변에서 좋은 취지라며 응원해 뿌듯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양천구 목동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씨도 매대에서 일본산 담배, 맥주와 더불어 일본산 된장, 와사비(고추냉이)까지 비웠다. 김씨는 “대형 마트 등에서는 여전히 그런 것(일본산 제품)을 팔기 때문에 그쪽으로 단골을 뺏길까 걱정이다”면서도 “매출 하락도 불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인들의 강경한 입장에 시민들은 응원하는 한편 동참의 뜻을 보내고 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만난 장모씨(31·서울 서대문구)는 “실제 일본 경제에 타격은 미미하겠지만 이번 일이 내수의 경쟁력을 올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별미로 먹던 일본산 음료나 음식도 당분간은 자제하면서 상황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박모씨(23·여)도 “굳이 일본산을 찾아 쓰지 않았지만 (중소형 마트들이) 생계를 걸고 행동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로 보였다”면서 “일본산 반대가 많이 알려져서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때 ‘굳이 일본 것을?’이라는 인식이 박히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노 재팬’ 운동에 불참한 마트와 편의점 등도 다수 있다. 실제 서울 성동구의 한 전통시장에 있는 마트 3곳은 모두 일본산 담배와 맥주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노 재팬 운동에 대해 들어봤느냐’는 질문에 한 마트 직원은 “앞서 매대에 놔뒀던 게 아직 팔리지 않은 것”이라면서 “비치 정도는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실제 이 마트는 냉장고에 넣어둔 국산 맥주와 상반되게 일본산 맥주는 상온에 배치해 둔 상태였다.
일부 시민들은 마트들의 단체행동이 일본을 자극하는 촉발점이 될 수 있다는 신중한 태도를 가지자는 반응을 내놨다. 이 마트 앞에서 만난 한 50대는 “사고 말고는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하면 되는데 마트가 선택지를 쥐고 흔든다는 인상을 받아서 썩 유쾌하지 않다”면서 “상식 있는 시민이라면 알아서 판단할 테니 굳이 마트가 감정적으로 앞서서 대처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한상총련은 “이미 전북, 대구, 경북, 부산, 충남, 제주 등의 상점 판매대에서 일본 제품을 내리고 있다”며 “외세 힘에 지레 겁먹고 대항조차 하지 말자는 것은 과거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에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본대사관 앞에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일본산 담배·주류·음료·스낵·소스류를 폐기하는 ‘불매 퍼포먼스’를 펼쳤다. 부품소재 수출규제를 주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초상화도 함께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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