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계약직 아나운서 “당하는 괴로움 아는 이들이 왜”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6일 1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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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
"격리·방치·사내 전산망 차단당해, 직장 내 괴롭힘"
"어떻게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 이런 일 일어나나"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첫날인 16일, 문화방송(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이 법을 적용한 진정을 제기했다.

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 측 류하경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기자회견에서 “MBC는 아나운서들을 기존 업무 공간에서 격리하고 아무런 업무를 주지 않으며 사내 전산망을 차단하는 등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경영진은 원직 복직을 안 시켜주고 괴롭힘을 당하는 괴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당장 일을 하게 하라는 것이 법원 판단인데 MBC는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최승호 사장 체제 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고 성토했다.

노동운동가인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도 “최 사장이 MBC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이제 제 자리를 잡겠구나 생각했지만, 정규직이 약속된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해 부당해고 조치를 취했다”며 “이들도 방송인, 언론인으로 자기 역할을 해야 하는데 부당해고를 하소연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광장에서 공정방송을 만들자며 함께 했던 MBC가 똑같은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이들은 회사에서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회사부터 이들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아나운서는 “지금까지는 회사에서 부당한 차별 등을 당했을 때 신고할 조항이 없었지만 이번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다”며 “우리의 부당한 상황을 사회에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아나운서는 “법원 판결 존중하라, 일을 달라, 격리시키지 말라는 것은 우리가 한 말이 아니다. 선배들이 했던 말”이라며 “저희는 선배들이 한 말 그대로를 전하고 있는데 들어주지를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우리가 복귀했을 때 회사는 업무를 줄 계획이 없다고 했다. 왜 다른 층에 머물러야 했는지를 물었더니 서로 불편하니 여기가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면서 “선배들이 저희를 불편해하실지 모르겠으나 저희는 그렇지 않다. 혹여 섭섭하고 불편해도 서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를 방문해 최 사장에 대한 면담을 시도하면서 이 사건 진정 관련 신고서를 사측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아나운서는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MBC가 뽑은 계약직들이다. 당시 MBC는 노사 갈등을 겪던 상황이었는데, 2017년 12월 최 사장 취임 이후 경영진이 교체됐고 이들은 지난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이들은 사측과 해고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다툼을 벌였다.

아나운서들은 지난 3월 서울서부지법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5월21일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가처분 인용 이후인 5월27일부터 회사에 출근했으나 별도의 공간을 배정받고 사내망 접근을 통제받았다는 것 등이 이들의 주장이다. 해고무효 확인 소송은 진행 중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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