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교통, 도시재생에도 효과”… 용인-화성-수원 등 잇따라 검토
성남시 판교~정자역 13.7km…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
전문가 “사업성 효과 입증 안돼… 무분별 도입땐 예산낭비 우려”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성남 판교에 국내 최고의 트램을 완성하겠습니다.”
은수미 경기 성남시장이 최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에서 판교차량기지∼정자역 구간(13.7km)을 트램으로 연결하는 사업비 3539억 원의 성남도시철도2호선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자 이같이 말했다.
은 시장은 2026년 판교에 트램을 가설하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신분당선, 시내버스 등을 촘촘히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현재 46%에 불과한 성남시의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을 2030년 6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판교테크노밸리에 직장을 둔 18만 명은 새로운 대중교통 시스템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트램은 도로 위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전차. 전 세계 400여 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선 1899년 서울에 처음 개설됐지만 1969년 자동차에 밀려 모두 폐기됐다. 최근 친환경과 경제성에서 장점이 돋보이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트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트램 건설 비용은 지하철, 경전철보다 적게 들고 전기, 수소연료전지로 운행돼 미세먼지 걱정이 없다. 도시 미관에도 도움이 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트램이 도로를 통행할 수 있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법적 기준도 마련됐다. 경기지역에서만 현재 10여 개 노선에서 일부 또는 전 구간에 트램 도입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의 도시철도망 계획을 살펴봐도 ‘트램 열풍’은 확실하다. 3조5339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9개 철도노선(105.2km) 계획에서 8호선 판교연장과 용인선 광교연장 등 2개 노선을 빼고 7개 노선 95.4km 구간이 트램으로 건설된다.
수원시는 2023년까지 수원역∼한일타운 6.17km 구간에 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 5월에는 해외 트램 운영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일본 구마모토(熊本)시에 연수단을 파견했다. 1924년 트램을 개통한 구마모토시는 시내 교통체증이 심각해지면서 트램 노선을 꾸준히 늘렸고 2017년 기준 연간 이용자 1109만 명, 노선 길이는 12.1km에 달한다. 수원시는 도심 보행·교통량 현황을 조사해 트램 개설을 가정한 차량 우회 동선과 교통 수요관리 전략, 도로 정비 방안을 담은 ‘수원시 원도심 교통 수요관리 종합대책’을 2020년 1월까지 마련한다.
화성시도 반월교차로∼동탄역(32.35km) 구간에 트램을 개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로 추산된 9967억 원 중 9200억 원을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담금으로 확보한 상태다. 시는 노선 계획이 완료되면 타당성 조사와 함께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거쳐 사업비 부족분을 지방재정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트램의 사업성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지자체들이 무분별하게 트램 건설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했다. 예산 낭비의 상징으로 꼽히는 ‘경전철 사태’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나준희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트램은 목적을 분명히 하고 교통, 환경, 도시계획 등을 아우르는 건설 및 운영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해외에도 실패 사례가 많다. 성공 사례만 살피지 말고 이런 사례를 곱씹어 리스크를 줄여야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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