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역 아래 도로를 지나던 시내버스가 고가(高架) 형태인 역사 구조물을 떠받치는 기둥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 운전사 최모 씨(56·여)가 숨지고 승객 7명이 다쳤다. 사고가 난 지점은 급커브 내리막길인 데다 차로 폭도 좁아 평소에도 사고 우려가 많았던 곳이다.
21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5시 35분쯤 당산역 아래 당산로로 들어선 김포운수 60번 시내버스가 고가를 떠받치는 기둥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를 출발해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까지 운행하는 이 버스는 편도 3차로인 노들로를 달리다 당산역 사거리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
경찰에 따르면 버스는 우회전 도중 도로 왼쪽 가장자리의 경계석을 들이받고 이때의 충격으로 15m가량 튕기면서 가드레일과 고가 기둥을 잇따라 들이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사가 음주상태는 아니었다.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졸음운전을 한 것도 아니었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노들로에서 당산로로 이어지는 우회전 구간은 급커브 구간인 데다 내리막길이어서 사고 위험이 높은 곳으로 지적돼 왔다. 1980년대 초반에 설계된 당산로는 역사를 떠받치는 구조물들이 공간을 차지하면서 도로 폭도 일반 차로에 비해 좁다. 노들로에서 빠져나올 때 직각에 가깝게 꺾어지는 1개 차로가 당산로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2개 차로로 나눠지는 것도 운전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등 20여 개 노선이 사고가 난 급커브 구간을 지난다.
사고 현장을 본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은 “이번에 사고가 난 버스처럼 대형 차량이 자주 다니는 도로임을 감안해 최고 제한속도를 낮추고 이를 알리는 경고 표지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운전 미숙으로 인한 충돌사고를 막기 위해 기둥마다 충격흡수시설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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