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신생아 유기 사건 ‘연극성 성격장애’ 여성 허위자백에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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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의 한 주택 헛간에 신생아를 유기했다는 혐의로 붙잡힌 40대 여성이 ‘연극성 성격장애’ 등을 앓으며 경찰에 거짓 자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해당 여성의 진술에 대부분 의존하면서 사건을 수사하다가 유전자(DNA) 감식에서 ‘불일치’ 판정이 나오면서 부실 수사 논란을 자초했다.

경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22일 영아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던 여성 A씨를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11일 오전 7시쯤 밀양의 한 주택 헛간에 탯줄이 달린 여아를 분홍색 담요에 싸서 버린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 여아를 발견한 할머니(79)와 동네 주민은 탯줄을 제거하고 목욕을 시킨 뒤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헛간 주변에서 발견된 유류품을 조사하다가 꽃무늬 모양의 손가방을 보고 A씨를 특정했다. 앞서 고소·고발과 관련해 경찰서를 찾은 바 있던 A씨의 손가방을 눈여겨봤다가 이번 사건의 손가방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추궁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동네에 살던 A씨는 경찰의 추궁에 울먹이며 “내가 그랬다. 양육할 자신이 없었다”라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 진술을 근거로 A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언론에 알리며 “인권보호를 위해 피의자의 나이 등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류품을 대상으로 벌인 1차 감식에서는 별다른 지문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신생아와 A씨의 DNA 감식 결과 ‘불일치’판정이 나왔다.

경찰은 다시 A씨를 불러 2차 조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는 “내 딸이 임신한 줄 알고, 딸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 딸 역시 신생아와 DNA가 불일치하는 것으로 나왔다.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지자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동원해 A씨의 상태를 진단했다. 그 결과, A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바 있으며 연극성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극성 성격장애는 다른 사람의 관심이나 애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과도하게 노력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증상을 말한다.

경남청 프로파일러는 “A씨가 이 사건의 중심에 서면서 관심을 받으려고 했고, 이 사건뿐만 아니라 과거 반복적인 학습(거짓말)을 해오다보니 사소한 정보를 명확하고 조직화해서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이 동네에 살며 지리 등을 잘 알았고, 당시 할머니들이 신생아 구조상황을 이야기했고, 자신의 출산 경험 등을 종합해 허위 진술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경찰은 출산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A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병원 진료를 거부하는 A씨의 진술에만 의존하면서 사건을 수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유류품을 증거 사진으로 만들어 탐문수사를 하는 한편 마을 인근 폐쇄회로(CC)TV 범위를 넓히는 등 재수사를 펼치고 있다. 분홍색 담요와 가방 등은 2차 DNA 조사를 의뢰했으며, A씨가 이번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도 포함해 조사하고 있다.

(경남=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