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퇴임인사차 처음 방문… 24일 회의실서 비공개 행사
“검찰권능 돌아보자” 퇴임사 올려
24일 퇴임하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이색적인 작별 행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거창한 퇴임식도 생략하고 퇴임사도 검찰 게시판에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역대 총장 중 처음으로 퇴임 인사차 경찰청을 찾기도 했다.
문 총장은 퇴임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민갑룡 경찰청장을 만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25분가량 환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민 청장은 떠나는 문 총장에게 ‘국민의 경종(警鐘)이 되소서’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휘호가 새겨진 종(鐘)을 선물했다.
문 총장은 면담을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에게 “경찰이나 검찰이나 국민의 안전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첫 번째 임무”라며 “힘을 합쳐 완수하길 바라고 그런 차원에서 두 기관이 서로 왕래를 좀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 수장들도 만나 퇴임 인사를 했다.
문 총장은 24일 오전 퇴임식을 대검찰청 대강당이 아닌 8층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후임인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을 위해 전직 총장이 최대한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는 문 총장의 뜻이 반영됐다.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낭독하던 관행 대신 문 총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퇴임사를 미리 올렸다. 그는 “우리가 ‘열심히’ 하는 데 너무 집중하느라 국민들께서 검찰에 기대하는 것만큼 검찰권능을 ‘바르게’ 행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문 총장은 2017년 7월 26일 첫 출근길에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바르게 잘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수차례 ‘바르게’라는 표현을 써 왔다. 마지막 순간까지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총장은 또 “검찰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을 신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국민의 바람이 여전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신이 쌓여 온 과정을 되살펴봐 우리 스스로 자신부터 그러한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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