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강골검사·보수주의자…윤석열 검찰총장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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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25일 17시 10분


윤석열 검찰총장./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6월 초 어느 저녁 회색 면티셔츠에 파란색 반바지를 편안하게 걸쳐 입은 사내가 후배와 함께 서초동 선술집에 들어와 소주잔을 기울이다 나갔다.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이름이 언급되던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과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다.

2013년 10월21일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입을 막고 있다. /뉴스1
2013년 10월21일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입을 막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검찰 내부에서 푸근한 ‘큰형’으로 불린다. 9수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를 사법연수원 동기은 ‘석열이형’이라고 한다. 후배 검사들도 ‘보스기질’이 있는 그를 형이라고 부르며 따른다고 한다.

‘대윤’으로 불리는 윤 총장은 지난 8일 인사청문회에서 ‘소윤’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을 보호하려다 스텝이 꼬이기도 했다. 이에 야당으로부터 “조폭적 의리를 과시하고 있다”, “소인배다운 의리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등의 비판을 받았다.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2019.7.25/뉴스1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2019.7.25/뉴스1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인해 한직으로 내몰렸던 그는 자신이 구속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도 “검사로서 우병우는 유능하고 책임감이 강한 검사”라며 모진 말을 하지 못했다.

윤 총장은 ‘강골검사’, ‘원칙주의자’라고도 불린다. 그는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의혹 수사 당시 상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그의 존재를 대중에게 각인한 계기가 됐다.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이후 한직에 내몰렸다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하며 복귀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각종 적폐수사를 이끌었다.

그는 25일 취임사에서도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선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출범을 전후해 윤 총장이 들었던 수사의 칼끝은 주로 보수정권을 향해 있었지만 오히려 그는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았다. 프리드먼은 자유방임주의와 시장제도를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주장한 학자다. 윤 총장은 기업수사에서 이 책을 참고서적으로도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총장이 이날 취임사에서 “우리 헌법체제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형사 법집행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는 자신의 가치관에 관해 “검사로서 법을 집행하는 업무의 특성상 급진적 변화보다는 사회의 점진적 변화를 중시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검찰총장이 되기 훨씬 전부터 ‘검찰총장’(검사 총각들 중 대장)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그는 52세였던 2012년 문화예술 전시 기획업체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결혼했다.

김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래 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며 “가진 돈도 없고, 내가 아니면 영영 결혼을 못할 것 같았다”고 연을 맺게 된 이유를 털어놨다.

‘2019년도 정기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윤 총장이 신고한 재산 65억9076만원 중 12억원 상당의 복합건물, 예금 49억여원 등 대부분이 김 대표 소유다. 그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윤 총장의 옷 매무새를 다듬어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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