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이런 제목의 e메일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다. e메일을 클릭하면 경찰 로고와 함께 “귀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위반으로 고소가 되어 조사를 실시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뜬다. ‘온라인 명예훼손 고소장’, ‘출석요구서’, ‘전산 및 비전산자료 보존요청서’ 등 파일 3개도 붙어 있다. e메일을 받으면 경찰이 보냈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파일을 열어보면 컴퓨터는 바로 악성 프로그램에 감염된다.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당신의 파일은 당신이 직접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암호화됐다’고 경고하는 문구가 뜬다. 그러면서 파일을 복구하고 싶으면 가상화폐로 ‘갠드크랩 디크립터’를 구매하라고 설명한다. 구매 가격은 1300달러(약 153만 원). 파일을 열어봤다면 꼼짝 없이 돈을 낼 수밖에 없다.
갠드크랩은 지난해 1월부터 등장한 랜섬웨어다. 랜섬웨어는 인질의 몸값(ransom)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만든 단어로, e메일 등으로 피해자의 컴퓨터에 침입해 암호를 걸고 이를 풀어준다면서 금전을 요구하는 사이버 범죄 유형 중 하나다. 갠드크랩은 최근 인천 미추홀경찰서와 한국은행, 헌법재판소 등을 사칭하고 있다.
경찰청은 26일 랜섬웨어 등 신종 사이버 범죄 유형을 소개한 ‘2019년 상반기 사이버위협 분석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1~6월 사이버 범죄는 지난해 상반기(7만224건)보다 22.4% 늘어난 8만5953건이 발생했다. 하루 약 475건, 3분에 1건꼴로 사이버 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유형별로는 돈만 받고 물건은 보내지 않는 ‘인터넷 사기’가 4만2028건으로 가장 많았다. 중고 물품을 거래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증가율은 보이스피싱과 메신저피싱, 몸캠피싱 등 피싱 유형의 범죄가 가장 높았다. 피싱은 지난해 상반기 659건 발생했으나 올 상반기는 이보다 178.6% 늘어난 1836건을 기록했다. 피싱은 은행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알아내 돈을 빼돌리는 사기 수법이다.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신저를 해킹한 뒤 등록된 지인에게 금전을 요구한다.
안전거래 사이트를 사칭한 조직적인 사기 사례도 발생했다. 물건을 거래할 때 상대방이 안전거래를 해야 한다며 특정 사이트 주소를 알려줬다면 가짜 사이트인지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고 경찰은 조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이버 범죄에서 큰돈은 인출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1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보내라고 요구할 때가 많다. 문화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고유번호를 알아내 현금으로 바꾸는 사례도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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