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 3명이 숨진 목동 빗물펌프장 수몰사고 당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던 지하통로의 방수문을 현장에 있던 직원들이 수동으로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사고 당일 오전 8시15분쯤 현장 직원들이 감전사고 예방과 전기제어실 배수 펌프 보호 등을 이유로 방수문을 수동으로 닫은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2일 밝혔다.
지하터널 입구에 있는 방수문은 사고가 발생한 부근에서 지상과 연결된 유일한 출입구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동으로 조작이 가능하며 안에서는 열릴 수 없게 설계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현대건설 직원을 포함한 외부의 작업자들 여러 명이 힘을 합쳐 이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물살을 피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문을 닫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매뉴얼에 따른 행동은 아니었으며, 해당 부분에 대한 매뉴얼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경찰은 “문을 닫은 이후 작업자들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직원들이 수직이동 바구니를 타고 들어가 직접 구조활동을 하다가 여의치않자 소방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많은 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작업자들을 투입한 데다, 비상벨 등 터널 내부의 작업자들에게 위험을 알릴 방법도 마련되지 않는 등 안전시설 미비에 더해 유일한 탈출구까지 수동으로 폐쇄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몰참사’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안양천 인근 신월빗물펌프장 내 지하배수터널에 투입된 인부 3명이 갑작스러운 폭우에 수문이 자동으로 개방되면서 빗물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일 아침 직원 2명이 시설 점검을 위해 터널로 들어갔고, 수문이 개방된 이후 현대건설 직원 1명이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내려갔다가 함께 변을 당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쯤 구모씨(65)를 발견해 병원에 이송했지만 구씨는 오전 11시2분쯤 사망했다. 이어 밤샘 구조작업 끝에 전날(1일) 오전 5시42분과 47분쯤 한유건설 소속 미얀마 국적의 M씨(23)와 현대건설 소속 직원 안모씨(29)의 시신을 차례로 발견해 실종자 2명의 시신을 모두 수습했다.
1일 전담팀을 구성한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안전 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같은 주의 의무 위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10명 이상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입건된 이는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