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지하 배수터널에 빗물이 유입돼 근로자 3명이 고립됐을 당시 바깥에 있던 다른 직원들이 탈출구 2개 중 1개를 닫은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8시 15분경 시공사인 현대건설 직원을 포함한 터널 밖 근로자 7명은 40m 깊이의 ‘유지관리 수직구’와 터널 사이 방수문을 수동으로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전 7시 40분에 수문이 열려 빗물이 수직구 공간에도 무릎 높이(약 40cm)까지 찬 상태였는데 그 이상 역류하면 배전시설이 물에 잠겨 감전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터널 안에는 현대건설의 하청업체 직원 구모 씨(65) 등 근로자 3명이 고립돼 탈출하지 못한 상태였다. 문을 닫은 이들은 경찰에서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물살을 피해 또 다른 탈출구인 ‘유출 수직구’ 쪽 계단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유출 수직구 쪽은 평소 작업자들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었다. 터널 밖 근로자들은 방수문을 닫은 뒤에도 수직구 공간에서 물을 퍼내는 작업을 하다가 오전 8시 42분경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 사이 지상에 있던 직원들은 고립된 구 씨 등을 구조하기 위해 큰 바구니를 줄로 묶어 유출 수직구 쪽으로 내려 보냈지만 여의치 않자 포기했다.
터널 안에서는 유지관리 수직구 방수문을 열 수 없다. 당시엔 터널 안 무전 중계기를 치운 상태여서 지상 근로자와 교신도 할 수 없었다. 경찰은 터널 안에 작업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방수문을 닫았다면 터널 밖 근로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넘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 여부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시공사가 공기(工期)를 무리하게 맞추려다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당일 하청업체 직원인 구 씨와 미얀마인 S 씨(23)는 수문 제어실 담당자가 출근하기 전인 오전 7시 10분경 공사장에 남은 전선 수량을 파악하기 위해 터널에 들어갔다. 이는 ‘일상 점검’이었다는 서울시의 설명과 달리 공사를 일찍 마무리할 방법을 찾기 위한 특별 점검이었다. 서울시는 12월 15일로 예정된 준공일을 지키기 위해 올 들어서만 휴일 작업을 28차례나 승인했고, 지난달 15일엔 무전 중계기와 비상벨 등 폭우 대비 체계도 살피지 않고 안전점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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