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탐라교육원 남쪽에서 한라산국립공원 백록담 북벽까지 이어진 탐라계곡(사진)은 제주의 대표적인 계곡이다. 장구목과 삼각봉, 개미목 능선 동쪽으로 깊게 파인 동탐라계곡과 삼각봉 아래쪽에서 개미목 능선 서쪽으로 형성된 서탐라계곡이 능화오름 동북쪽에서 합쳐진다.
장구목 능선에는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 고 고상돈 씨를 기리는 ‘케언’(특정인을 기리거나 이정표 역할을 하는 돌탑)이 있다.
관음사탐방로 지상에서 보면 삼각봉은 제비머리 형상으로 장구목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하늘에서 보면 장구목 능선 끝이다. 나무발판 구름다리인 용진교를 거쳐 동탐라계곡을 건너야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이른다. 계곡에 있었던 용진각대피소는 2007년 태풍 나리가 할퀴고 지나갈 당시 사나운 물 폭탄에 부서지면서 사라졌다. 동탐라계곡 동쪽에는 왕관 형태의 왕관릉이 웅장하게 서 있다. 탐라계곡이 시작하는 백록담 북쪽 사면은 풍화작용 등으로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황으로 세월이 흐르면 타원형 분화구는 한쪽이 터진 말발굽형으로 바뀌게 된다.
탐라계곡을 따라 흐르는 빗물은 제주시 용두암 옆 용연계곡을 통해 바다까지 이어진다. 탐라계곡은 제주의 3대 하천 가운데 하나로 길이 16km에 달하는 한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풍류를 즐겼던 방선문계곡은 한천의 일부이다. 제주시 오라동 지역 주민들은 시내에서 한천을 따라 방선문계곡까지 걷는 4km의 ‘오라올레’ 탐방길을 조성하기도 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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