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나 사자성어는 힘이 있다. 현실에 대한 평가나 주장을 함축적으로 담는다. 직설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묘한 심경을 표현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54)도 주요 국면마다 옛 선현의 지혜를 빌려 속내를 때론 강하게, 때론 우회적으로 표현해왔다.
장관 지명일인 9일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남긴 한시를 인용하며 검찰개혁에 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서해맹산은 ‘바다에 맹세하고 산에 다짐한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서 읊은 한시에 나오는 문구다.
원문은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바다에 서약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아는구나)로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창원 진해구 복원로터리에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친필로 새긴 시비도 있다.
조 후보자는 수사권조정 갈등 국면에서도 사자성어를 활용해 비판에 맞대응했다.
지난해 11월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패싱’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에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두 분은 지금까지 수사권 조정을 위해 소통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만나실 것이다”며 “시각과 조직의 입장이 다르지만 문재인 정부의 구성원으로서 ‘구존동이(求存同異·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의 정신에 따라 논의를 하고 계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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