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7시경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 앞 센트럴시티 광장 한쪽. 한 중년 남성이 흡연구역 밖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다가 단속 나온 서초구 직원에게 적발되자 항의했다. 단속 공무원이 “조례에 따라 이곳에서 흡연하면 과태료 5만 원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10분 가까이 실랑이를 벌이다가 겨우 신분을 밝혔다. 과태료 고지서를 발부하는 공무원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미리 말해주지도 않으면서 다짜고짜 사진부터 찍는 게 어디 있느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고지서 발부 확인증에 사인하기를 거부한 채 자리를 떴다. 이날 단속에 나선 서초구 금연관리팀 이영숙 주무관은 “그래도 욕설은 안 하고 이렇게 하소연 정도만 하면 양호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금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금연구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가 올 5월 내놓은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금연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까지 모든 건축물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건물 내부의 실내흡연실도 폐쇄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단속에 반발하는 등 부정적 반응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본보 기자는 1일 오후 서초구 직원들과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금연거리 단속에 동행했다.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 동안 5명이 적발됐는데 순순히 과태료 고지서를 받아 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오토바이가 주차된 금연광장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던 미성년자 커플은 단속 공무원이 다가가자 화단 뒤로 재빨리 담배를 던졌다.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는 요청에 남녀는 “미성년자다”라고 말한 뒤 묵묵부답이었다. 직원들이 “미성년자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말하자 마지못해 자신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불러줬다. 이들은 질서위반행위금지법 시행령에 따라 과태료 50% 감면 대상이다.
한 중년 여성은 단속에 걸리자 “여기는 실외인 줄 알았는데 왜 금연구역이냐”며 의아해했다. 이 여성이 담배를 피운 곳은 터미널 1층의 필로티(벽체를 없애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구조) 공간이었다. 벽이 없이 외부에 열려 있어 실외로 착각하기 쉽지만 필로티 공간은 건물 내부로 보기 때문에 엄연한 금연구역이다. 헷갈리기 쉬운 금연구역 홍보를 위해 서초구는 지난달부터 전국 최초로 지역주민 36명으로 구성된 ‘금연코칭단’을 운영해 계도활동을 벌이고 있다.
늘어가는 금연구역에 비해 현장 단속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 금연구역은 2016년 24만4582곳에서 2017년 26만5113곳, 2018년 28만2641곳으로 늘었지만 단속 공무원은 2016년 121명, 2017년 129명에서 2018년 113명으로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속 업무를 맡던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많이 퇴직한 영향이 크다”며 “금연구역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단속 공무원을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부족한 인력과 낮은 인식 탓에 단속 직원의 고충이 상당하다”며 “강력한 금연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단속에 대한 순응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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